[한경 플라자] '온실가스 감축'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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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교토의정서가 종료되는 2013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체제-이른바 포스트 교토의정서-에 대한 논의가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논의의 최대 초점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국의 확대다.
세계 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도 의정서에서 탈퇴한 미국,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개도국을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시키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국이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는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한국은 멕시코 터키와 함께 OECD회원국 중 온실가스 감축의무에서 빠져있는 나라다.
또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10위,OECD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 1위이다.
따라서 2013년 이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받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온실가스 감축은 아직 강 건너 불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을 뿐더러 앞으로 감축의무를 받더라도 5년,10년 후의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도 탈퇴한 마당에 온실가스 감축논의가 제대로 진행될 것이냐는 의구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미국은 온실가스 대응에 무방비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은 표면상으로는 교토의정서 탈퇴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물밑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행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거부하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방침 아래 미국은 막대한 정부예산을 들여 석탄 태양광 수소연료 등 첨단 에너지 분야와 이산화탄소고정화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미국 기업들도 온실가스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에 길들여진 미국 기업들이 갑자기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최후까지 살아남는 종(種)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라는 다윈의 말처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규제 변화에 미리 대비하지 않을 경우 수년 후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에너지 경제의 트렌드 변화를 신사업 창출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대표적이다.
GE는 최근 온실가스 규제를 찬성하면서 청정기술 등 친환경사업 투자를 2배 이상 확대하고 있다.
2008년부터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에 돌입하는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다.
EU를 중심으로 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 규모는 2006년 약 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파생 비즈니스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일본은 온실가스 배출 6%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마이너스 6'라는 범국민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팀장이 돼 전 국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소비 구조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지난 세기에는 석유 등 유형의 자원을 자국 영토 내에 많이 보유한 나라가 에너지 강국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청정에너지 기술 등 지속가능한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에너지 세계의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미 온실가스 감축은 규제의 형태로든 기술적 해결의 형태로든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이미 대세라면 해답은 명료하다.
선제 대응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에너지 경쟁력 확보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자원빈국 한국이 21세기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