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전격 압수수색] 김재록씨 거미줄 같은 친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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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컨설팅업체 인베스투스 글로벌의 김재록 전 회장(46·현 고문)은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과도 가까워 '금융계 마당발'로 일컬어진다.김씨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남 영광 출신인 김씨는 경북 구미에 있는 금오공고를 졸업한 후 군 부사관을 거쳐 사회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씨는 지난 98년 모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학력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미국 스탠퍼드대 MBA 과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외국어대에 따르면 김씨는 외대 동창회 명단에 등재돼 있지 않다.또 지난해 11월 작성된 스탠퍼드대 재한국 동문록에는 김재록이라는 이름도 없다.
김씨는 1990년대 중반 당시 신한국당 대선주자였던 이한동 의원의 정치특보를 지냈으며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 후보의 전략기획특보로 일하기도 했다.
특히 외환위기 시절 부실기업 처리과정에서 자문기관 등의 역할을 수행했던 한 미국계 컨설팅회사 아더앤더슨코리아 부회장으로 일하며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더앤더슨코리아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력인사의 아들 딸들이 여럿 근무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런 인연으로 경제부처 및 금융계 고위인사들과 안면을 익혔다는 게 정설이다.
이 중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금융감독 기관장을 지낸 L씨와 인연이 깊다.
김씨는 또 L씨가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때 같이 일했던 멤버인 시중은행의 지주회사 회장인 H씨와 W은행장을 지낸 L씨, F은행장을 지낸 또 다른 L씨 등과도 안면이 있는 것으로 금융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H회장과 L 전 F은행장은 2001년 이후 각각 삼성증권 사장과 LG투신운용사장으로 일하며 L씨와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H회장은 금융지주회사인 W사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도 깊게 간여했다.
이와 관련,H회장은 "여러 사람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김씨를 몇 번 만난 적이 있지만 행장실 등에서 단 둘이 개인적으로 업무나 대출과 관련해 만난 적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금융계에서 김씨와 친분을 맺고 있는 인사는 실제로 많지만 이들이 김씨의 로비에 동원되거나 로비를 들어준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씨가 인맥을 과시하는 데 이들의 명함을 적절히 활용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증권맨 중에서는 증권업협회장을 지낸 O씨가 김씨와 관련을 맺고 있다. O씨는 김씨가 회장으로 있던 인베스투스 글로벌의 고문으로 있다가 얼마 전 김씨가 비상임 고문으로 물러나자 이 회사의 회장 자리에 올랐다.
법조계에서는 모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인 S변호사가 친한 사이인 것으로 거론된다. S변호사는 L씨를 통해 김씨를 소개받아 그동안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변호사는 다른 이들과 자리를 함께할 때 김씨와 만났을 뿐 3~4년 전부터 연락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또 한화기획 대표이사,기아경제연구소 홍보기획이사 등의 직책을 맡으며 대기업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인맥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검찰이 김씨가 현대·기아차 계열사로부터 비자금을 받았다며 로비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김씨의 광범위한 재계 네트워크를 재확인해 주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