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부총재가 신임 총재로 내정됨에 따라 공석이 된 부총재와 임기 만료를 앞둔 금통위원들 후임 인선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후임 금통위원들 성향에 따라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한은법 개정으로 금통위원을 겸직하게 된 한은 부총재는 한은 총재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부총재는 총재를 보좌하면서 한은의 안살림도 함께 챙기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 총재 내정자와 호흡이 잘 맞아야 할 뿐 아니라 당연직 금통위원이라는 점에서 한은 출신으로 통화정책과 조사부문의 실무를 거친 인사가 유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이 총재 내정자가 경남 출신이기 때문에 지역 안배를 할 경우 호남 출신이 등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기준에 딱 맞는 인물로 한은 부총재보를 지낸 최창호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을 꼽을 수 있다. 최 부사장은 출신 지역이 전북인 데다 한은에서 조사국장과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를 지낸 바 있어 한은 내외에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이승일 서울외국환중개 사장과 정규영 현 부총재보,이상헌 금융결제원장 등도 후임 부총재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금융계에서는 최 부사장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다음 달 7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종창·김태동 금통위원은 각각 은행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추천으로 금통위원 자리에 오른 만큼 후임도 같은 곳에서 추천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이 두 곳의 추천 성향으로 봤을 때 은행연합회는 관료,대한상의는 학자 출신을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김종창 위원 후임으로는 5월께 임기가 끝나는 신동규 수출입은행장과 김광림 전 재경부 차관,남상덕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태동 위원 후임으로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국찬표 서강대 교수(경영학),박상용 연세대 교수(경영학)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은 내부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5 대 2로 바뀐 외부인사와 한은 출신 간 금통위원의 비율을 최소한 4 대 3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데다 한은 노동조합도 차기 금통위원에 관료 출신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임명권을 쥔 청와대 주변에서는 전혀 의외의 인물이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섣부른 예측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2년 전 강문수·이덕훈·이성남 위원 등이 금통위원에 임명될 당시 이들 3인 모두가 일절 하마평에 오르내리지도 않았던 의외의 인물이었던 점을 상기하면 새로 임명될 위원들도 의외의 인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