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스페셜] '놀토 비즈니스'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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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A초등학교 4학년생인 박하늘양(10)은 지난 11일 토요 휴업일을 맞아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서울 암사동 선사거주지에서 열린 역사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가 등교하지 않는 박양이 심심해할까봐 사설업체에 교육을 맡겼기 때문이다.
박양은 "작년 '놀토' 땐 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지루하기만 했다"며 "친구들과 야외에서 공부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박양은 "4월8일에는 친구들과 경복궁에 같이 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밀린 일 때문에 25일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 김진선씨(38·서울 마포구)는 학교에 가지 않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민간업체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기로 했다.
김씨는 "사설 업체의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자주 이용하는 아이들이 한 반에 4~5명 정도"라며 "아이의 반응이 좋으면 한 학기에 1~2번 정도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중·고교의 토요 휴업일이 3월부터 월 2회로 확대되면서 현장 체험 학습 등 '놀토'와 관련된 산업이 뜨고 있다.
캠프·체험학습 포털인 캠프나라에 따르면 25일 실시되는 체험 학습 프로그램 및 캠프의 등록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평균 30% 정도 늘어났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자체 체험학습 사이트를 운영 중인 사설 업체는 줄잡아 50여곳.이 중 '핵교'의 경우 매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학생이 2000명에 달한다.
한두 종류의 프로그램만을 운영하는 영세업체나 위탁이 들어올 때만 일을 하는 프리랜서까지 합치면 업체 수가 500~1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토요 휴업일에 진행되는 체험학습 및 캠프 시장 규모가 올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300만명에 달하는 전국의 초등학생 중 20% 정도가 연간 3~4번 정도 사설 업체의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수치다.
내년부터는 놀토산업의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놀토가 월 4회로 늘어나면서 현장체험 학습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참가자를 모집하는 놀토 프로그램은 대체로 저렴한 편이다.
사설 업체는 버스 한 대로 이동시킬 수 있는 30~40명가량을 모아 갯벌이나 숲,명승고적 등을 방문한다.
전문강사가 학생들을 인솔하며 이동거리와 중식 제공 여부에 따라 3만~5만원 정도를 받는다.
이와는 달리 '맞춤 과외형 체험학습'은 소수를 겨냥한다.
학부모들이 10명 정도를 모아 사설 업체나 프리랜서 체험학습 전문가에게 교육 장소와 강사 수준,중식 종류 등을 지정한 뒤 교육비를 지불한다.
핵교 관계자는 "소수 정예 맞춤형 프로그램은 일반 프로그램보다 50% 정도 비싸지만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습지 업체들도 자녀를 놀토에 마냥 놀릴 수 없는 학부모들의 심리를 겨냥,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올 들어 별도의 조직으로 체험학습 팀을 신설한 교원은 전집이나 학습지를 산 고객에게 체험학습 상품권 5만원짜리를 나눠주고 있다.
이 상품권을 활용하면 교원이 개설한 24가지 토요 휴업일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중·고생들의 경우 놀토는 '집중 심화학습'의 날이다.
단과학원들은 이 같은 추세를 반영,놀토에 공부하는 특별반을 개설할 방침이다.
서울 노량진 한샘학원과 신설동 비타에듀학원은 5월부터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놀토에만 진행하는 국어 영어 수학 내신 대비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학원 관계자는 "지방 고등학생들이 서울에 와 수업을 듣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전략적으로 스타강사들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놀토의 영향으로 온라인 교육 업체의 토요일 접속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이달 들어 토요일에 동영상을 본 학생의 숫자가 지난해 3월보다 98%나 늘었다.
송형석·강동균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