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이산가족상봉이 진행 중인 금강산에서 22일 북측이 남측 기자들의 보도 내용을 문제삼아 이산가족들을 반 나절 동안 억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00년 8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시작된 이후 13차에 이르기까지 북측이 남측 상봉단을 제때 돌려보내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남측 상봉단 1진 99가족 149명은 상봉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버스편으로 금강산을 출발,속초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북측은 기자단의 동반 귀환을 요구하며 버스를 출발시키지 않았다.

상봉단은 일단 남측 숙소인 해금강 호텔로 되돌아갔다가 저녁 8시30분이 돼서야 북측의 출경 허락을 받았다.

북측은 남측 기자들이 지난 69년 서해상에서 조업중 납북된 천문석씨와 남측 아내 서순애씨의 20일 상봉을 보도하면서 '나포'와 '납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반발,뉴스 송출을 일방적으로 차단 하고 취재를 제한한 데 이어 이날 직접 뉴스 송출 장면을 목격한 SBS와 MBC기자들에게 일정과 관계없이 되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SBS기자는 당초 예정대로 2진 상봉단 취재를 위해 25일까지 금강산에 남겠다며 북측의 요구를 거부했다.

통일부는 북측에 "고령의 이산가족을 볼모로 삼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가족들을 먼저 돌려보내고 기자단 잔류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은 이를 거부한 채 상봉단을 밤 늦게까지 숙소에 붙잡아뒀다.

북측이 뒤늦게나마 밤을 넘기지 않고 가족들의 출경을 허용한 것은 상봉자들 중 대부분이 고령자여서 인도적 비난이 쏟아질 것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동반 가족을 제외한 상봉 당사자 99명 중에는 93세인 엄순종 할아버지를 비롯90세 이상 7명,80대 43명,70대 38명이 포함돼 있다.

북측이 표면적으로 문제삼은 것은 남측 기자단의 보도내용이지만 정부는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25~31일)이 임박했다는 것,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임기 중 납북자 송환 문제 해결에 진력하겠다고 밝힌 것이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RSOI를 트집잡아 이달 중 실시 예정이던 남북 군사 장관급 회담과 이 장관 및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개성공단 방문을 줄줄이 연기시키는 등 사사건건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금강산=공동취재단·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