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XP'의 뒤를 이을 PC 운영체제(OS)인 '윈도 비스타' 시판을 늦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22일 증시에선 D램 가격 반등이 지연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업계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으며 PC나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그다지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년 초로 시판을 늦춘다고 발표한 분야는 일반 소비자용 '윈도 비스타'인 반면 판매 비중이 90%에 달하는 기업용은 당초 예정대로 오는 11월부터 판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윈도 비스타는 2001년 '윈도XP' 이후 5년 만에 나오는 차세대 OS로 주목받고 있으며 64비트 중앙처리장치(CPU) 체제를 완벽히 지원한다는 이유에서 PC 수요를 크게 확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컴퓨터업체의 관계자는 "IT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빠진 이유는 소비자용 패키지 제품과 기업용 제품을 혼돈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기업용 번들 제품은 예상대로 연내 시판되기 때문에 특별히 악재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록 일부 버전이긴 하지만 비스타의 시판 지연 자체가 업계에 주는 심리적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나 PC 경기가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선 특히 그렇다는 지적이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초 D램과 플래시메모리 모두 2분기에 동시 저점을 치고 강하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D램의 회복 시점이 3분기로 미뤄지면서 플래시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은 분명히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연말 시즌의 'PC 특수'도 기대하기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통상 번들용 OS가 나온 뒤 실제로 브랜드 PC에 탑재돼 완성품으로 나오려면 2∼3개월은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MS 관계자는 "11월에 기업용 OS가 공급되면 내년 초에는 세계 PC 메이커들이 무리 없이 윈도 비스타를 탑재한 PC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내 시장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시판 시기를 못박아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일훈·고성연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