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각묵 스님(49)의 노트북 컴퓨터에는 12만 단어의 사전이 들어있다. 석가모니 생존 당시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사전 여러 권을 하나로 종합해 그가 직접 만든 '개인용 사전'이다. 이 사전을 이용해 각묵 스님이 팔리어 경전 '디가니까야'(전3권,초기불전연구원 펴냄)를 번역해 내놓았다. "부처님의 말씀을 한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한역 경전은 팔리어나 산스크리트어로 된 초기 경전을 중역한 데다 1200년 이상의 시간적 차이로 인해 의미가 달라진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디가니까야'는 한역 경전에서 장아함경으로 알려진 초기 불교의 경전이다. 초기 경전은 출가자의 생활규범을 담은 율(律)과 붓다의 가르침을 담은 경(經),그리고 경에 대한 해석과 설명을 모은 논(論)의 삼장(三藏)으로 구성돼 있다. '디가니까야'는 다섯 부분으로 된 경 가운데 길이가 긴 말씀을 모아놓은 장부(長部·길게 설하신 경)이다. "디가니까야에는 계율과 선정,지혜 등에 대한 가르침 뿐만 아니라 62가지의 각종 철학적 견해를 비판하면서 연기법을 설명한 내용 등이 들어 있습니다. 우주가 끝없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는 요지의 우주론도 들어 있고요. 부처님의 생생한 육성법문을 듣는 것 같지요." 각묵 스님은 "'마음챙김'이라는 뜻의 '사티'라는 단어를 한역에서는 생각 념(念)으로 옮겼는데 그 당시에는 이 글자가 '지금 여기에서 마음을 챙긴다'는 뜻이었으나 지금은 그냥 '생각'이라는 뜻으로 변했다"며 원전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리산 실상사 화엄학림 교수이자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인 각묵 스님은 출가 후 7년간 선방에서 참선정진하다 팔리어 경전을 완역하겠다고 결심하고 1989년 인도에 유학해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했다. 600~700쪽 3권 분량의 '디가니까야'를 태국의 골방에서 6개월 만에 번역해냈다. 앞으로 12년 안에 경,율,론 삼장 전체를 완역할 계획이다. 각권 3만원. (054)743-8579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