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1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삼성모바일솔루션(SMS)포럼'을 통해 IT(정보기술)업계에 새로운 코드를 던졌다. 2000년 이후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온 '디지털 컨버전스(융·복합)'에 '디지털 다이버전스(다양화 및 차별화)'의 추세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첨단 디지털 제품인 플래시메모리가 전통의 IT제품인 PC에 적용돼 PC의 모바일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은 이를 '제3의 반도체 물결(New Mobile Wave)'이라고 표현했다. ◆경쟁업체의 도전과 삼성의 응전 황 사장은 지난해 9월 "앞으로 모든 제품에 플래시메모리 반도체가 쓰이는 '플래시 러시(Flash Rush)'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었다. 황 사장의 예상대로 지난해부터 낸드플래시는 주요 세트업체의 휴대폰,MP3,게임기 등에 대거 장착되며 최대 호황을 맞았다.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도 잇따라 플래시메모리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기존 범용 제품과는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낸드플래시 적용영역을 넓히는 응전을 통해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견제한다는 전략이다. ◆'컨버전스+다이버전스' 삼성전자는 '제3의 반도체 물결'의 핵심 트렌드를 하나의 기기에 다양한 기능이 결합되는 '컨버전스'와 각각의 기기가 지닌 고유의 특성이 강조되는 '다이버전스(Divergence)'로 전망했다. 초창기 MP3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 나왔을 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MP3업체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고 점쳤으나 지금은 MP3폰과 MP3플레이어 시장이 공존하는 것이 '컨버전스+다이버전스' 때문이라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카메라폰과 디지털카메라 역시 각자의 기능을 강화하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황 사장은 "인터넷 신문이 늘어나도 여전히 종이신문이 기획력과 정보분석으로 살아남았듯이 디지털 시장도 컨버전스형 제품이 다시 분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것이 삼성전자 반도체가 지향하는 새로운 시장"이라고 밝혔다. ◆PC로 영역 넓히는 플래시메모리 '제3의 물결' 전략에 따라 삼성전자가 이번 포럼에서 새롭게 선보인 모바일 반도체는 총 5가지.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기존 PC와 노트북의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할 수 있는 32기가바이트 SSD다. 황 사장은 "SSD는 기존 HDD에 비해 무게는 절반에 불과하고 읽기 속도는 3배가량 빠르다"며 "그동안 낸드플래시는 PC의 기억장치로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깬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이어 "32Gb의 SSD 플래시메모리가 탑재된 노트북PC를 올 10월께 출시할 예정"이라며 "SSD 시장은 2010년 4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SSD 개발로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은 모바일 기기에 이어 PC시장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타이베이(대만)=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