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개최한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정책자금이 지나치게 많고 집행방식도 무분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자금의 목표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설정돼 있는데다 과도하게 공급되는 경향이 있어 시장효율을 오히려 저해(沮害)하고 있다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해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중기 정책자금은 모두 20조원 이상에 이르고 있지만 지원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각 부처가 독립적으로 제도를 운용하면서 중복지원되는 사례 또한 드물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집중지원키로 한 혁신형 중소기업의 경우만 하더라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 운용기관들의 적용기준이 저마다 제각각인 형편이고 보면 자금 집행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중소기업들을 정책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어 자생력(自生力)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KDI의 분석 결과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더 저조하고 특히 4년 이상된 기업은 금융비용부담률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점차 낮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정책자금 지원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나 혁신 역량을 오히려 저해하는 측면마저 없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충분한 기술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금조달 문제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즐비한 것이 현실인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이 창업한 지 2년 안에 문을 닫고 10년간 생존율도 13%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중요한 것은 정책자금이 지원돼야 할 기업에 지원되도록 하는 일이다. 복잡다기화 돼있는 지원제도를 정비(整備)하고,특히 독자적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나 성장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대신 장래성이 없는 한계기업은 과감히 지원을 끊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기 정책자금 집행은 국가경제 차원에서의 산업구조조정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이뤄져야 보다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