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빠른 시일내 결정하겠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보겠다. 야당의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추천해 보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7일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만찬회동에서 3·1절 골프파문으로 물러난 이해찬 전 총리의 후임 인선방향에 대해 이같이 얘기했다. 야당의 희망사항을 경청한 뒤 화답하는 형식이었고,덕담도 곁들였다는 전언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새 총리는 정치인 출신을 배제해 야당과 각을 덜 세우면서 민생문제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의 새로운 인사스타일을 예견케 하는 대목으로,야당들은 "전혀 뜻밖"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무튼 노 대통령이 '비정치적 총리'를 선임하고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이겠다고 한 것은 참여정부 남은 2년 동안 국민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만찬은 이처럼 '생산적인 대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야당 원내대표들이 민생문제에 전념할 수 있는 정치적 중립인사를 후임총리 인선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 몇몇 지인들과 국정현안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던 일이 기억난다. 평범한 샐러리맨인 이들과의 대화내용은 어느 술자리를 가든 숱하게 들을 수 있는 탄식들이어서 이젠 '민심의 소리'라고 단정해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8·31대책은 무엇인가. 강남지역 집값을 잡겠다고 청와대 정부 열린우리당이 주말드라마 연출하듯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내놓은 대책의 결과는 어떠 했는지.집값이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결국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늘려 정부 재정만 배불린 것 아닌가." "교육문제도 마찬가지다. 교육부와 청와대가 대학들과 싸우는 모습은 정말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정부가 일개 대학의 논술 문제 유형까지 문제삼고…,국민 전체가 대학입학 시험 문제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결국 참여정부가 주창하고 나선 '평등·분배'논리는 국력낭비만 초래하고 있다며 한숨들을 내쉬었다. 정부는 정책의 틀만 제시하고,각론 부분은 시장원리에 맡겨놓으면 충분한 것 아니냐는 대안이 제시됐다. 애꿎게 강남지역,명문대학 등을 지목해 국민들 편가르기에 나서지 말고, 시장논리로 국정을 풀어가는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기회에 노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다. 참여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경제에 '올인'하는 민생경제 대통령으로의 변신이다. 양극화,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국정 현안을 얄팍한 정치논리,표 논리가 아니라 철저한 시장경제원리로 풀어가는 것은 어떨까. 함께 국정을 운영할 후임 총리는 그런 방향의 인물을 선정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총리,경제부총리가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앞당기겠다고 손을 맞잡고 나선다면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형배 정치부장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