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농촌에 우리 소방차 달려요"…정은숙 남영자동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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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실정에 맞는 소방차 컨셉트를 얻기 위해 1년 새 열 번도 넘게 베트남을 들락거렸어요."
지난 16일 베트남 메콩오토콜로아사와 소방차 생산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돌아온 정은숙 남영자동차공업 사장(53)은 "그간의 우여곡절을 털어놓자면 하루 종일 얘기해도 모자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956년 설립된 남영자동차는 고가 사다리 소방차,항공기 구조 소방차,건물 화재 진화용 대형 펌프차 등 각종 특장차를 만드는 업체.국내 10여개 업체가 영업 중인 이 시장에서 약 40%(139억원)를 점유하고 있다.
남영자동차를 이끌고 있는 정 사장은 1년 전만 해도 모 대학교의 가정상담학 교수였다.
사장을 맡고 있던 남편이 투병 끝에 2005년 3월 세상을 떠나고 회사를 떠맡았을 때는 소방차의 소자도 모르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취임 1년 만에 메콩오토콜로아와의 제휴를 성공시키며 당당히 CEO(최고경영자) 역할을 해냈다.
이번 제휴를 성사시키기 위해 정 사장은 10여 차례 베트남을 드나들며 현지 맞춤형 소방차인 '마샬' 개발에 힘을 쏟았다.
이 차량은 베트남의 좁은 농로에 적합하게 1t트럭을 기본 차대로 사용하고 화재 진화 외에 농업 용도 등 여러 기능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주는 소방 펌프와 논두렁 등에 차량이 빠졌을 때 끌어올리는 윈치,마을 주변 도로를 손쉽게 소독하기 위한 스프링클러 등이 그것이다.
차체는 중국 수입차를 사용해 가격 부담을 최대한 낮췄다.
남영자동차는 과거에도 베트남을 포함,필리핀 캄보디아 이란 등 해외에 소방차를 수출해왔다.
하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 필요하다고 판단,이번에 메콩오토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이다.
이번 제휴로 남영자동차는 차체 위에 올라가는 펌프 등 소방기기 부품을 공급하고 베트남에 기술자를 보내 설계,제작,기술 이전 등을 담당한다.
정 사장은 "지난해 메콩오토가 파트너를 찾기 위해 국내에 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접촉을 시작했다"며 "10여개 경쟁사를 제치고 단 두 차례의 만남만으로 우리가 선택된 것은 그들이 원하는 아이디어를 구현시킨 샘플차를 현장에서 바로 보여주는 성의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베트남 사업을 통해 올해 89억원가량의 매출 증대를 예상하고 있다"며 "특히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인근에 있는 라오스 캄보디아 중국 남부 지역까지 진출할 경우 해외 부문 매출만 국내 규모에 맞먹는 17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제 뒤에는 우리 회사 직원 60여명뿐 아니라 200여개 협력업체 직원들이 있습니다.
꼭 남편 때보다 더 큰 기업으로 키워 이들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2년차 초년병 CEO인 정 사장은 "이번주에도 추가 협상을 위해 베트남으로 간다"며 사업에 대한 열의를 내비쳤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