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의 화두로 떠오른 창의성을 전담하는 '최고창의성책임자'(CCO·Chief Creative Officer)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CCO는 선진 기업들이 창의성과 상상력,혁신 등을 앞세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운영책임자(COO),최고정보책임자(CIO),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과는 차별화한 새로운 업무영역으로 선진 기업들이 막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4월1일자로 나카무라 시로 수석 부사장을 CCO에 임명했다. 디자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나카무라 부사장은 CCO로서 브랜드 관리까지 책임지게 된다. CCO 임명은 일본 자동차업체로는 처음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제조업체에서 CCO를 공식화한 것은 드문 일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광고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창의성과 상상력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CCO를 영입했다. 월트디즈니가 최근 인수한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의 존 라세터 부사장 등이 대표적인 CCO이다. 전통 제조업체인 닛산이 CCO를 두기로 한 것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개발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호 연구원은 "프랑스 르노가 닛산을 인수한 후 소프트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이것이 CCO 임명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닛산의 이번 조치는 향후 자동차업계는 물론 철강 전자 등 다양한 제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닛산발 CCO 바람'이 제조업 전반에 걸쳐 거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노키아의 '히트 제조기'로 통하는 일요 노이보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제조업에서는 보기 드물게 CCO의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경영진의 반대를 물리치고 직원들을 독려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뛰어난 성과로 연결시켰다. 안테나 내장형 휴대폰 '노키아 8800' 시리즈를 출시해 노키아에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 히트 제품으로 만들었다. 많은 기업들에서 일반화한 CFO나 COO 등에 비해 CCO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CCO의 역할과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정호 연구원은 "많은 기업들이 기존 틀 안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데만 주력하고 있지만 창의성을 통한 기업경영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한 만큼 디자인 등 특정 업무 영역을 뛰어넘어 경영 전반에 걸친 창의성 제고를 진두지휘할 CCO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