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절치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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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벽에 부딪쳐 무릎 꿇어본 사람은 안다.
세상이,돌아선 자의 눈길이 얼마나 냉정한지.차별에 울어본 사람 또한 안다.
편견과 선입견의 고리가 얼마나 단단한지.그리고 깨닫는다.
차별을 극복하는 건,넘어진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절치부심(切齒腐心),자신을 갈고 닦는 길 뿐임을.
시련과 역경이 사람을 키우는 건 바로 이런 까닭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언젠가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했거니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엊그제 호주 시드니대 강연에서 "어려서 겪은 인종 차별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흑인의 식당과 호텔 출입을 제한하고 흑백 학생을 따로 가르친 곳에서 성장하면서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라는 인생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교회에 불을 지르는 것도 보며 자란 덕일까,라이스는 반대파의 공격에 아랑곳 없이 매사에 침착하고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온국민을 행복하게 만든 한국 야구팀의 승리는 '쓰러지고 무너져 아파본 이들의 절치부심'이 끌어낸 힘을 만천하에 알렸다.
김인식 감독은 물론 이승엽 이종범 오승환 선수 등은 모두 '꿇어본' 이들이다.
김 감독은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일찍 마감했고,이승엽은 3년 전 미국팀에서 형편없는 연봉을 제시받는 모멸을 겪었다.
두 번의 일본전에서 모두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이종범은 일본 진출 당시 공에 맞아 다친데다 일본인 감독과의 갈등으로 몸과 마음에 심한 상처를 입고 귀국했고,오승환은 고교 시절 괜찮았지만 팔꿈치 수술로 주목받지 못한데다 대학 입학 후 프로구단 지명에서도 뒤로 밀리는 아픔을 겪었다.
누구나 좌절의 시간을 맞는다.
인생의 성패는 그러나 고난을 발판삼아 앞으로 나아가느냐 세상의 냉정함과 자신의 무능을 탓하면서 주저앉느냐에 달렸다.
문제는 실수가 아니라 실수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상황과 실수 실패에 매이지 않고 절치부심,노력하면 하늘도 보살핀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