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미국과 이란간에 뜻밖에도 '직접 대화' 가능성이 거론돼 귀추가 주목된다. 양측간 '직접 대화' 가능성이 갑자기 부상하게된 실마리는 이라크 문제 논의를위해 미국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는 알리 라리자니 이란핵협상 대표의 선언. 라리자니 대표는 16일 테헤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미 여러차례 이라크 문제를 논의하자고 이란에 제의했음을 들어 이같이 밝히고 곧 협상대표들이 임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측도 라리자니 대표의 제의가 나온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잘메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 대사에게 이란과의 협상권을 부여했다며 이란측과 직접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과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 등은 이날 잇따라 브리핑을 열어 이란측과의 대화 용의가 있음을 거듭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란측과의 대화 의제가 '이라크 안정' 문제에 국한될 것이며, 이란 핵문제는 유엔안보리에서 논의될 사안이지 미국과 양자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매클렐런 대변인은 칼릴자드 대사에게 부여된 이란측과의 협의 권한이 이라크 문제에 국한돼 있다며 이를 '대화(dialogue)'의 시작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미국 관리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미 지난해 11월 칼릴자드 대사에게 이란측과의 직접 접촉을 지시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이란이 이제와서 갑자기 직접대화를 희망하고 나선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 이어 부시 대통령까지 최근 잇따라 이란의 이라크 사태 개입을 비난하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데 따른 것으로 미국측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이 정말로 이라크 안정화 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해 '앙숙'인 미국에 대화를 제의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시하는 의견이 많다. 그보다는 핵문제가 유엔안보리로 넘어가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는 마당에 미국과 직접 대화를 통해 압박 강도를 낮추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제스처란 관측이 오히려 우세한 편이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의 이같은 속셈을 차단하기라도 하려는듯 이란과의 대화가 이라크 문제에 국한될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으며, 특히 번스 차관은 이란의 고립을 추구하는 미국의 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해들리 보좌관은 양측간 회담에서 이란 핵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해들리 보좌관은 이란 핵문제는 국제적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할 사안임을 전제하면서도 "우리는 어떤 종류의 대화도 국제사회의 단결을 유지하고, 이란으로 하여금 핵 및 테러지원 정책을 바꾸게 하려는 우리의 전반적인 전략의 맥락에서 검토할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그는 또 "전술적 결정은 그것이 우리의 전반적인 전략을 진전시킬 것인가의 맥락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측은 이란의 대화제의가 이란 핵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의 성과라고 보고있음도 감추지 않고 있다. 해들리 보좌관은 "이란측이 마침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감을 느낀다"며 이란 내 지도부와 국민들간에 시작된 토론을 통해 이란의 기존 노선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올바른 결론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막 수면으로 고개를 내민 미국과 이란간의 직접 대화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지를 점치기는 이르다. 하지만, 1980년 4월 양국간 외교관계 단절 이후 단 한 차례도 양측간에 직접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직접 대화 논의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7개국 회의에서 다른나라들과 함께 간접 대화 테이블에 앉은 적은 있지만 양측이 직접 대화를 한 적은 1980년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