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 15일 노무현 대통령과 민간 경제사절단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결산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이뤄진 이번 대통령 순방에는 정부측 50여명과 경제 4단체장을 포함한 민간경제사절 80명이 동행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아프리카가 갖는 경제적 의미와 향후 협력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참석자들은 "이번 순방으로 한국과 아프리카의 경제교류 고속도로가 개통됐다"며 "오일달러 유입으로 본격적인 경제개발을 꾀하고 있는 이들 국가가 우리의 경제개발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만큼 이를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과 연계해 아프리카 시장에서 한국 이니셔티브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김상철 산업부장 <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한국 배우려는 그들의 열의에 정이 갑니다" > "아프리카는 결코 멀지 않았습니다. 막상 가보니 서구보다 오히려 인간미가 넘쳐서 정이 갑디다. 특히 지난 40년간 우리가 이룩한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벤치마킹하려는 그들의 열의를 보면서 자부심과 함께 친근함을 느꼈습니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이 이번 노무현 대통령과 민간경제사절단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 결과를 한마디로 "아프리카의 재발견"으로 총평하며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정 장관은 "그동안 아프리카는 구매력도 없고 우리와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땅으로 인식돼 온 면이 없지 않았다"며 "그런데 이번 방문을 통해 아프리카가 새로운 기회의 땅이자 우리 기업들이 또 하나의 신화를 쓸 수 있는 지역이라는 믿음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 시장이 열악한 조건과 어려움에 강한 한국인의 기질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알제리에서 현대차가 일본의 도요타를 제치고 1위를 질주하는 등 우리 기업들이 활발한 활약을 하고 있는 데 비해 일본 기업은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었다"며 "이는 개척정신에서 우리가 앞서기 때문인 것 같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이어 "무역 규모 5000억달러 시대에 걸맞은 사고와 시장의 다변화 차원에서 아프리카를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강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며 "한국형 경제 발전 모델을 배우려는 아프리카 주요국들과 상호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게 21세기 자원전쟁 시대에 대비하는 길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회=이번 순방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입니까. ◆정세균 장관=북·서부 아프리카의 오일달러,동·남부 아프리카의 광물 자원 등 무한한 가치를 가진 곳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로서는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지구 끝이라도 가야 하는데,그런 점에서 이번 방문은 매우 시의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또 앞으로 아프리카 국가와의 교류 확대를 위해서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시장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호혜협력적 시각에서 그들과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건호 부회장=경제인들의 동행이 형식적이지 않았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알제리 투자청장이 면담 때 "현대·기아차가 1년에 2만대 가까이 차를 팔면서 시장점유율 1위(19%)를 차지하고 있는 데도 현대차 사장이 방문하기는 처음"이라며 섭섭함을 표현해 동석했던 경제인들이 느낀 바가 컸습니다. ◆이태용 사장=아프리카에 진출한 지 20년이 됐지만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루에 3명의 장관을 만날 정도로 덕을 봤습니다. 그동안 민관차원에서 진행되던 교류가 신작로 수준이었다면 이번 순방으로 고속도로가 뚫린 것입니다. ◆신동규 행장=아프리카의 경제개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 및 투자 활성화 지원에 적극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특히 석유화학 플랜트 등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이번 순방은 에너지 및 자원 확보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데요. 미국 중국 등과의 경쟁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했습니까. ◆황두열 사장=나이지리아를 교두보 삼아 수단 등 서부아프리카 지역으로 점차 자원영토를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아직 경제성까지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서구 메이저업체들과 입찰경쟁을 통해 아프리카에서의 자원개발 거점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한준호 사장=세계가 자원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에 이어 최근에는 인도까지 아프리카 자원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중반부터 해외 자원 확보를 추진해왔으나 외환위기로 공백이 생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순방은 수년에 걸쳐서 구축해야 할 자원 확보 네트워크를 조기화한 셈입니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국가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 차원에서 진출하기보다는 민관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따내는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로 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 장관=맞습니다.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석유공사가 광구계약을 따내기까지는 사실 발전사업으로 먼저 진출해 있던 한전의 도움이 컸습니다. 덕분에 광구 계약에서 2억3000만달러의 디스카운트를 받는 혜택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발전사업으로 진출한 한전이 석유공사의 광구계약을 지원한 이번 사례는 새로운 협동모델의 표본이 될 것입니다. ◆이 사장=민간기업에서 시추구 하나 뚫는 데 1000만달러가 들어갑니다. 정부의 에너지특별회계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나 최근 자원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과거 80%였던 지원율이 50%까지 떨어졌습니다. 민간 자원 개발 확대를 위해서는 지원기금의 확충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또 석유공사의 자원 개발 우수인력들을 민간기업들이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으면 합니다. ◆사회=수출 확대와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상호 호혜관계 구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 장관=투자는 민간이 하고,정부는 리스크 축소와 함께 투자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아프리카 3개국 정부기관과 우리 기업들이 광물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이런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차원입니다. ◆신 행장=사실 우리가 지난 20년간 아프리카에 지원한 ODA(정부개발원조) 자금은 2300억원에 불과합니다. 한강의 기적을 나일강의 기적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집트나 우리를 경제개발의 모델로 삼고 있는 알제리 등에 ODA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는 4월 재정경제부와 공동으로 아프리카 20개국 경제장관들을 국내로 초청,우리의 개발모델을 적극 알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회=이번 순방에서 느낀 개인적 소감은. ◆한 사장=막연히 생각했었으나 실제 손에 잡히는 시장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우리보다 4배나 큰 나라이지만 전력생산량은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경제 개발을 위해서는 전력이 필수인 만큼 아프리카는 발전사업의 블루오션이었습니다. ◆황 사장=우리의 기술로 에너지 및 자원을 확보하기 적합한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사장=이제 아프리카는 우리기업들이 사력을 다해 뛰어볼 만한 시장이 됐습니다. 현재의 우호 분위기를 친한(親韓)인사 양성으로 연결해 아프리카에 코리아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정리=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조건호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준호 한국전력 사장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 -신동규 한국수출입은행장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사회=김상철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