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금융사업 분리 안된다" ‥ 정대근 회장, 난색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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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의 경제사업과 신용(금융)사업을 분리(신·경 분리)하는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농협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하는 한편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어 은행 보험 증권 등 신용사업을 각각 별도의 자회사로 두라는 재정경제부의 요구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경 2월28일자 A1,3면 참조
정 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경부 방안대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 적자가 불가피한 농민 지원부문인 경제사업은 존립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이는 농촌과 농민들에게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도 신용사업에선 1조5000억원 규모의 이익이 났지만 농협중앙회 전체로는 흑자가 8000억원 수준에 그쳤다"며 "하나로마트를 통한 농산물 구입 판매와 농민 대상 교육 등 경제사업에서 적자가 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만약 신·경 분리가 이뤄지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제사업의 적자는 누가 메워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농협은 작년에 전국 1300여개 지역단위 조합에 6조3000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했다"며 "신·경 분리가 이뤄지면 그 같은 지원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재경부 등이 농협의 신·경 분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신·경 분리를 하면 농협이 벌이던 경제사업의 적자를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데,그게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재경부가 신·경 분리를 주장하는 것은 자산이 240조원에 달하는 농협의 신용부문을 자기 관할 하에 두려는 의도"라며 "농림부도 재경부의 신·경분리안에 대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이어 "우리와 농업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농협은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군정에 의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등이 갈기갈기 나뉘면서 현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때문에 일본 농협의 최상위 조직인 젠츄(全中·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신·경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한국의 농협을 매우 부러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협이 그동안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농촌지역의 고리채 문제를 해결하는 등 순기능적 역할을 많이 해온 점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이 이처럼 신·경 분리 자체에 대해 강력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정부의 신·경 분리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작년 7월 개정된 농업협동조합법은 농협이 올해 6월 말까지 자체 신·경 분리 추진계획을 수립,농림부에 제출하면 농림부 장관이 농협 계획안을 토대로 의견 수렴을 거쳐 정부의 농협 신·경 분리 방안을 확정하도록 돼 있다.
한편 재경부는 농협의 경영 투명성과 건전성을 위해 신·경 분리를 해야 하며 현재 은행과 보험(공제)사업이 혼재돼 있는 신용부문은 영역별로 자회사로 독립시켜 운영하고,금융감독원의 감독도 받는 방안을 최근 농림부와 농협 등에 비공식적으로 제시했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