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유럽 등 주요 항로에 대한 컨테이너 운임을 결정하는 장기계약(Sevice Contract) 시즌을 앞두고 탐색전에 들어간 해운사들과 수출입업체들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는 지난 2∼3년간의 계약철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해운시황이 약세로 접어들면서 해운사와 화주 간 역학관계가 바뀌었다.


해운시장 호황으로 그동안 고운임을 '울며 겨자먹기'로 지불했던 수출입 회사들은 "적어도 올해는 10% 정도 운임을 깎아야 한다"며 선사들을 압박할 태세다.


◆시황이 힘의 관계 역전시켜


최근 몇년간 선사들은 운임 협상에서 우위에 서 있었다.


배를 잡기 어려울 정도의 호황이 지속됐기 때문.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컨테이너 운임시황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형 화주들이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4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대한 부산→미국 롱비치 항로 운임은 지난해 이맘 때 2600달러에서 지금은 2400달러(유류할증료 포함)까지 하락했다.


부산→유럽 로테르담(또는 함부르크) 운임은 3000달러에서 2400달러로 20%나 떨어졌다.


해운시장에서 컨테이너 선박을 빌리는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HR지수도 지난해 6월 2092포인트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120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7000TEU급 이상 대형 선박들이 주요 항로에 투입되면서 선복량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대형선이 먼저 운항하기 시작한 유럽항로의 운임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10% 인하 요구할 것"


이런 힘의 관계 역전은 화주들과 해운사 관계에 묘한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대형 화주들은 대부분 오는 4월 말까지 미주항로,6월 말까지는 유럽항로에 대해 각각 1년,6개월간 계약을 맺게 된다.


이들 기업 중엔 이번 계약에서 최대 10%까지 운임 인하를 요구하겠다고 밝힌 곳도 있다.


세계 20위권에 드는 해운사를 대부분 이용하고 있다는 A사 물류팀 관계자는 "운임 인하가 쉽지 않은 미주지역을 제외한 다른 항로에서는 작년 계약액보다 10% 정도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 하주협의회 관계자도 "그동안 선사들 주도로 시장이 형성됐는데 지금은 수급측면에서 화주들에게 유리한 국면"이라며 "올해는 환율 문제로 수출제품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여서 화주들의 운임 인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해운사들은 "어느 정도 화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과도한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운사들은 "2000년대 초 최악의 불황이었을 당시 미주행 40피트 컨테이너 1대를 1000달러에 밑지고 운송한 적도 있다"면서 "수급에 따라 운임이 결정되겠지만 5월부터는 다소 시황이 호전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