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어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사퇴의사를 표명한데 이어 대통령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과의 면담에서 '사퇴불가피' 의견을 전달받고 총리 사의를 전격 수용키로 했다. 총리의 부적절한 '3·1절 골프' 이후 온갖 의혹이 불거지고 거취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면서 국정운영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해왔음을 생각할 때 당연하고 적절한 대응이다. 이에 따라 이 총리는 골프파문 2주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당분간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체제로 내각을 맡게 될지,아니면 노 대통령이 곧바로 후임 총리를 지명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문제는 그동안 이 총리가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 속에 '실세총리'로 불리는 등 사실상 내정을 총괄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한 국정혼란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더구나 아직 환경장관의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데다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각의 일부가 또다시 변화를 겪을 전망이고 보면 그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그동안 크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온 국정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혼란스런 정국을 조기에 수습하고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후임 총리 지명은 빠를수록 좋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 총리의 골프파문 이후 정부의 신뢰성마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번 총리 사퇴로 생길 수 있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조금도 미룰 일이 아니다. 자칫 신속한 대응을 미루면서 적절한 수습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국정의 난맥상(亂脈相)만 더욱 심화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 대통령에게 돌아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리대로 문제를 풀어나가되 국정 공백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습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앞으로의 더 큰 혼란을 막고 정부의 신뢰를 되찾는 지름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략적 계산을 앞세우다가는 문제만 더 꼬이게 만들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다시 이와 같은 일로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함도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