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있던 외국계 금융회사 아시아본부의 '코리아 데스크'가 서울로 이전하는 사례가 최근 1~2년간 부쩍 늘고 있다. 2004년 이후 서울로 옮긴 사례가 줄잡아 20곳에 육박할 정도다. 이런 현상은 특히 외국인들에 대한 규제가 최근 완화되고 있는 외환 분야와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자산운용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코리아 데스크란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한국 시장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를 의미한다. 국제금융센터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외국계 금융회사 코리아데스크의 서울 이전 사례' 보고서를 내고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서는 이들의 애로 사항을 적극 해결해 관련 부서가 모두 서울로 옮겨올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밀려드는 코리아 데스크 외환 부문에서는 지난해 10월 홍콩에 있던 코리아데스크를 서울로 이전시킨 모건스탠리가 대표적 사례.양호철 한국모건스탠리 대표는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지난해 모건스탠리 은행 부문이 한국에 처음으로 진출하면서 홍콩에 있던 외환부문 투자 인력들도 한국으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앞서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도 2004년 한국 원화 관련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를 담당하는 인력을 서울로 옮겨왔다. 채권 부문에서는 지난해 ABN암로 리먼브러더스 등이 옮긴 데 이어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가 지난 1월 유통시장 관련 인력을 서울로 이전시켰다. 주식 분야에서는 거의 모든 외국 증권사들이 이미 서울에 진출해 있으나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증가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한국 진출이 활발하다. ABN암로에셋 알리안츠글로벌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에셋 등은 작년 하반기 일제히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있던 코리아데스크를 옮겨왔다. 이들은 조만간 준비 작업이 끝나는 대로 한국 법인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한국 시장 전망 밝다' 모건스탠리 ABN암로 등 세계적인 해외 금융사들이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운영하던 코리아데스크를 속속 서울로 이전하고 있는 것은 향후 한국 금융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코리아 데스크들의 서울행이 늘고 있는 것은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등으로 각종 금융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에 있는 데다 이들이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 세계적인 해외 금융사들이 외환부문 코리아데스크를 서울로 이전한 것은 2004년 이후 장외 파생상품에 대한 영업이 외국계 증권사들에도 허가된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외환시장의 외환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기업들의 헤지 수요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한 36억2000만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채권 분야는 외국인들의 투자 규모가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국내 회사의 외화채권 발행 물량 및 유통시장 거래량이 아시아 최대(일본 제외)이고 향후 원화채권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 국내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유통시장 관련 인력의 서울 이동이 확대되고 있다. 주식 부문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작년 12월 자산운용 부문 서울사무소를 개설한 ABN암로 관계자는 "한국은 재테크 문화가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가는 과도기 상태에 있는 데다 고령화와 퇴직연금 도입 등으로 자산운용 시장이 아시아 어느 지역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아 외국계가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