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사람만이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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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이 땅의 희망인가
사람의 마음만이 세상의 중심인가
그렇다면 세상의 변두리에서 오히려 중심이 되는
저 모진 생명들은 다 무엇인가.
하찮은 풀의 마음도 우리와 같아서
거기서도 한 세상이 태어나고
나무 한그루의 사랑도 우리와 같아서
간절한 그리움으로 몸이 마른다.
안개 자우룩히 피어나는 어느날 새벽,
세상의 뿌리를 가만히 내려다보라.
풀과 나무까지 안쓰럽게 보듬고 선
한 어미의 다감한 근심이 뒤척이고 있을 것이다.
-정우영 '사람만이 희망인가'전문
사람이 세상의 중심인줄 알면서 살다가도, 사람 이외의 것들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희생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살다가도, 이른 봄 대지를 뚫고,또는 단단하게 몸을 감싼 나무껍질을 뚫고 합창하듯 솟아나는 새싹들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포근한 바람의 힘만으로 한 점 예외 없이 단숨에 세상을 바꿔 놓는 그 연록색의 경이로움 앞에서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