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서 메인상권은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를 잇는 도로변이다. 이 일대는 유행에 가장 민감한 곳이어서 지난 3년간 개인 업주에서 커피,패스트푸드,화장품,액세서리 등 유명 브랜드 업체로 주인이 바뀌고 있다. 건물주인들이 경기의 부침에 상관없이 월세와 보증금을 올리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개인은 도태되고 홍보효과를 노린 대기업들이 잇따라 직영점을 내고 있는 것.개인 자영업자가 뚫고 들어가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메인상권 안쪽 골목에 형성된 먹자골목은 크게 두 군데로 나뉜다. 현대백화점 뒤편 좁은 골목 일대와 형제갈비에서 민자역사 쪽으로 향하는 명물거리 도로변이 그 것.똑같은 먹자골목이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현대백화점 뒤편은 대학생 취향의 분식집이나 우동,돈가스,퓨전 주점 등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명물거리 도로변에는 낙지·갈비·찌개 등 한식집,그 이면골목엔 주점들이 발달돼 있다. 회사원 김준영씨(33)는 "현대백화점 뒤편에서는 먹을 만한 게 없어 주로 명물거리 쪽에서 저녁을 먹고 인근에서 2차 술 자리를 갖는다"고 말했다. 상가뉴스레이다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신촌에 새로 진출하려는 자영업자는 민자역사 내 밀리오레 개장 등 호재를 안고 있는 명물거리 쪽을 노리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민자역사가 완성되면 밀리오레와 영화관 메가박스 등을 이용하는 20대 여성고객들이 쇼핑 후 식사를 위해 명물거리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이들이 선호하는 캘리포니아롤 스시,우동,샌드위치 등을 파는 가게가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형제갈비 맞은 편에서 레드망고 계열의 요구르트점 '밀키로드'를 운영하는 김마리 사장(50)도 "우리 제품이 저 칼로리 요구르트란 게 알려지면서 20대 초반 여성고객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온다"며 "지금도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20% 정도 많은 데 민자역사 완공 이후에는 주말 장사가 지금보다 더 짭짤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대학가에서 장사할 경우 학기 중일 때와 여름,겨울방학 때 매출 추이가 다른 만큼 점주들이 시기별로 잘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출액으로 보면 학기 중이 가장 많고 여름·겨울방학 때는 업종에 따라 매출순위가 바뀐다는 것.주점은 겨울방학,아이스크림점은 여름방학 때 장사가 더 잘 된다는 얘기다. 상권의 주 고객이 20대 대학생들인 까닭에 이 상권을 오가는 소비자들은 적은 돈으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양이 푸짐하고 값이 싼 소주방이나 소파가 푹신한 커피점이 잘 되는 이유다. 따라서 값비싼 일식집이나 복집 등은 이 상권에 맞지 않는 업종이다. 명물거리 도로변의 지하 주점 '가야'는 차별화된 인테리어로 이 지역 명소가 됐다. 학생들이 90%를 차지하는 이 가게는 술과 안주가 놓이는 식탁 위에만 불빛이 비칠 뿐,일행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는 '암흑 분위기'로 손님들을 사로잡았다. 입지 선택도 중요하다. 같은 업종이라도 매출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편의점이라면 모텔 밀집지역에 점포를 잡아야 한다. 7년간 신촌 상권에서 편의점 개발을 맡아온 GS리테일의 나의연 대리는 "모텔이 밀집된 쪽의 편의점은 하루 300만~400만원씩 매출을 올리는 데 비해 백화점 뒤편 먹자골목의 점포는 130만~140만원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교내에 공간이 부족한 대학생들이 모텔 방을 빌려 모임을 가지면서 근처 편의점에서 먹거리들을 조달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뒤편 먹자골목은 상대적으로 점포가 싼 맛에 창업자들이 눈길을 돌리는 곳이다. 창업컨설팅업체 조인스월드의 이현승 대표는 "학생들이 몰리는 이 골목상권에서는 불닭처럼 유행을 타는 업종은 피하는 게 좋다"며 "1000원부터 5000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한 김밥 체인점은 다소 경쟁이 심해도 기본 수요가 있어 점포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