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의 양대축인 자동차와 전자 경기가 난기류에 빠졌다.

원·달러 환율급락과 유가 및 원자재가격 급등 등 대외악재와 해외 경쟁사들의 집중 견제로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단체들이 발표하는 BSI(경기실사지수)가 상승하고 정부도 경기호전을 알리는 지표들을 내놓고 있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이들의 실적 악화가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업계는 환율급락과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 하락세,휴대폰 사업의 수익성 악화,해외 경쟁업체의 견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 주요 전자업체들의 올 1분기 실적은 작년 4분기보다 크게 악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4분기 2조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엔 영업이익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이례적으로 올 매출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24조원으로 잡았지만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하이닉스반도체의 1분기 영업이익도 전 분기보다 23% 줄어든 4000억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타도 삼성'을 외치고 있고 EU(유럽연합)가 한국산 양문형 냉장고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키로 하는 등 해외에서 집중 견제를 당해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는 '환율폭탄'에 완전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수출을 늘려도 기존 판매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익성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4개 완성차 노조가 올해 산별노조를 출범시켜 투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어서 어느 때보다 노사 관계 긴장감이 높아진 것도 악재다.

반면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율을 앞세워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등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잇따라 소형차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현대차 죽이기'에 나섰다는 느낌마저 들고 있다.

일본산 소형차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대기수요가 늘면서 한국산 소형차 판매를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다.

실제 현대차 베르나(미국 수출명 액센트)의 경우 올 1~2월 판매 실적이 작년 동기의 절반 수준인 2584대에 그쳤다.

이건호·김형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