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경영권 방어전략이 중장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오는 17일 주주총회에서 아이칸측과 한판 승부를 겨룰 것이라는 예상에서 한발 물러나 주총 이후의 경여권 방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일단 이번 주총에서 아이칸측 사외이사 1명을 받아들인 다음 장기전에 대비하자는 전략이다. ◆KT&G '해외 분위기 심상찮다' 이번 주총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KT&G가 2명의 사외이사 선임안에서 모두 승리하기 위해서는 아이칸측보다 2배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된다. 그러나 KT&G가 파악한 바로는 KT&G 우호지분 40%,아이칸측 우호지분 35%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이칸측 사외이사 1명 정도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무리하다가는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을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판단에는 이번 곽영균 대표의 해외 IR 과정에서 해외투자자들의 반응이 마냥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 작용했다. 곽 대표는 "외국계 주주들이 지지 여부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면서 "KT&G 경영진의 성과에 만족하면서도 비핵심자산 매각,자사주 매입,인삼공사 상장 등 아이칸측 제의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거기에다 ISS(기관투자가 서비스),글래스루이스 등 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국제 주총 의결권 자문 업체들이 아이칸측 사외이사를 지지한 점도 KT&G를 위축시켰다. ◆국내 금융권,외국계 담배회사 '백기사' 거론 KT&G는 이에 따라 '주주총회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주주 설득 작업에서 한단계 나아가 취약한 우호지분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현재 검토 중인 유력한 방법은 9.60%가량의 자사주를 매각하는 것이다. 곽 대표는 국내 금융권을 가장 유력한 백기사 후보군으로 꼽았다. 곽 대표는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국내 금융권에서 자사주를 인수해줄 만한 업체가 있다"며 "자문사 등을 통해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업은행과 기업은행,농협,우리금융지주 등이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담배회사도 백기사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BAT(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와 필립모리스,JTI(재팬토바코) 등이 유력하다. 이들은 국내에 진출해있는 만큼 KT&G 지분을 매입하더라도 국내법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KT&G로서는 경영권 부담 없이 백기사로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걸림돌도 만만찮다. 우선 백기사 입장에서 투자 가치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곽 대표는 KT&G의 적정주가로 7만원을 제시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적정주가에 도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 주가보다 싼 값에 자사주를 매각할 경우 아이칸측이 반발,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고경봉·차기현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