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起死回生). 요즘의 청계천 상권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인근 명동상권에 눌려 지내던 이곳 일대가 청계천 복원과 시청앞 광장 조성이라는 양대 초대형 호재를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것은 서울광장(시청앞)~무교동~청계천~종로로 이어지는 국내 최대 보행 상권의 급부상. 시청앞 광장 조성을 계기로 주요 간선도로에 횡단보도가 건설되면서 지하로만 연결되던 시청 일대가 지상으로도 완벽하게 이어지게 된 것. 이에 따라 그동안 따로 놀았던 소규모 상권들이 거대한 단일 보행상권으로 뭉치고 있다.



청계천 1가 도로변을 따라 패밀리레스토랑 등이 잇따라 들어선데 이어 이름뿐이던 서울의 명물 '무교동 낙지타운'까지 되살아나고 있다. 무교동 먹자골목 초입에서 15년째 목포 세발낙지집을 해온 박계창 사장은 "청계천 복원으로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며 "예전에는 밤 10시면 손님이 끊겨 문을 닫았지만 요즘에는 밤 11시까지 연장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객단가(고객 1인당 소비액) 1만5000원 선의 22개 테이블이 저녁시간에만 두 번 이상 회전할 정도로 영업에 탄력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무교동 다동 상가번영회에 따르면 청계천 개통 전 5~6개밖에 없던 낙지식당이 최근 10개까지 늘어났다.


'주말 상권의 탄생'은 이 일대 점포의 최대 경사다. 전형적인 '다운타운 상권'으로 금요일 저녁부터 토,일요일엔 거의 공쳤던 청계천 상권에 활짝 햇볕이 든 것이다. 서울광장의 각종 주말 공연 덕분에 소공동과 무교동은 주말장사가 되살아났고 청계천 복원으로 종로까지 주말에도 흥청거린다. 무교동 도로변에 있는 '참숯골'의 경우 청계천 복원으로 주말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


대부분 가족단위 손님이다.


객단가는 주중 저녁장사보다 조금 낮은 1만5000원선.


입점을 머뭇거렸던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대거 뛰어든 것도 주말장사에 고무된 덕분이다.


베니건스,크라제 버거,기능성 과일음료전문점 스무디 킹 등은 주중과 주말 손님의 급속한 유입에 힘입어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지난 2월 중순에 개점한 수제 햄버거가게 크라제 버거의 40평 매장에는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24개 자리가 꽉 찼다.


자리를 잡지 못하고 가게 안에서 기다리는 인원만도 10명이 넘는다.


오창섭 매니저는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며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손님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매장 공간을 더 늘려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크라제코리아 매장관리팀 정특상 과장은 "이 곳 매장의 객단가는 서울 시내 평균보다 높고 매출도 상위권"이라고 말했다.


가벼운 먹거리를 판매하는 스테프 핫도그도 청계천 복원 전에는 낮 12시에서 저녁 6시까지 운영했지만 지금은 밤 12시까지 문을 연다.


청계천 복원의 효과는 무교동이나 청계천변에 그치지 않는다.


관철동을 중심으로 한 종로 상권까지 후광이 미치고 있다.


홍대앞이나 강남역 상권 쪽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던 종로 상권 유동 인구들이 작년 3월 관철동 피아노거리 조성과 10월 청계천 복원 등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


베니건스 종로점 어택규 점장은 "복원 이후 매출이 25% 증가하면서 평일에 미치지 못했던 주말 매출이 평일과 엇비슷하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매출 증가는 주말에 청계천에 놀러왔다가 점포에 들르는 가족 단위 손님들 덕분"이라며 "가족 손님들은 보통 객단가가 1만7000원 정도 돼 평일 객단가 1만4000원보다 높다"고 말했다.


청계천변은 사실 대형 업무용 빌딩이 많아 점포 들어갈 자리가 지극히 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청계 1,2가에서 간간이 이어지던 점포들은 광교 동쪽부터는 뚝 끊어진다. 북쪽으로는 관철동 상권과 접목되지만 남쪽으로는 대형 업무빌딩이 개천변을 차지하고 있는 것.


삼일로를 지나면서 청계천 3,4가가 이어진다.


여기에는 공구상과 조명상가들이 밀집돼 있다.


서정헌 중앙소상공인지원센터 업무개발팀장은 "청계 3,4가의 공구상들이 송파구 장지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청계천변에서 대량으로 점포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