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정부 내 경제팀장인 한덕수 경제부총리를 언제까지 데리고 갈 것인가. 남은 임기 2년 동안의 최대 과제라고 거듭 강조해 온 양극화 해소를 위한 '양극화 경제팀'을 다시 짤 것인가. 근래 노 대통령 핵심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노 대통령은 한 부총리에 대해 '대체로 무난하지만 2%가 부족하다'고 보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남은 임기 중 두 번째 중요 과제라고 천명한 한·미 FTA 체결 문제에서만은 한 부총리가 적임자라는 인식이다. 한 부총리에 대해 대통령이 2% 부족하다고 보는 것과 이해찬 총리 문제와는 별개 문제다. 이 총리의 진퇴 문제가 돌발적 사건,정치적인 사안이라면 한 부총리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누적된 것이며 정책과 스타일에 관한 문제다. 그러나 이달 중순 환경부와 국무조정실 개각이 예정돼 있고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한덕수 경제팀이 전면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인사 등과 관련된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한 부총리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노 코멘트' '어려운 사안'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통상 '전적으로 신뢰한다'라고 쉽게 전할 수도 있지만 그런 말은 드물다. 그렇다고 해서 딱이 뭐가 불만이라고 쉽게 입을 열지도 않는다. 다만 양극화와 관련해 볼 때 생애 첫 주택자금 대출 등 8·31대책 이후 부동산 정책의 총괄 관리,양극화 해소 재원 마련,사회안전망 구축 등에서 적극성이 부족한 점을 노 대통령이 아쉬워한다는 것이다. 한 참모는 "기자들과의 3주년 기념 간담회 때 한 언급을 잘 새겨 보라"고 말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빛깔이 좋아서 평판이 잘 나오고 원만한 사람이 좋지만 지나고 보면 해놓은 일도 없다"며 "일을 잘하는 사람이 이것저것 막 건드리다 보면 여기서 지뢰가 터지고 저기서 낙마도 하며 사고를 내지만 그래도 남는 게 있다. 각료 기준은 사고 안 낼 사람보다는 좀 시끄럽더라도 적극적으로 할 일을 찾을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노 대통령의 깊은 고민은 한 부총리에게 아쉬운 대목이 있지만 전문성·도덕성·적극성까지 3박자를 갖춘 후임자 물색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 부총리(진퇴)에 대해 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때문에 후임자 얘기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고 청와대 관계자들도 후임자 대목에선 손사래를 친다. 다만 박봉흠 전 장관 같은 이도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후임자로 볼 수 있는데 그는 건강 문제가 아직 걸림돌이다.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와 관련해서도 청와대 핵심 인사는 "박 전 장관은 빼고 보라"며 선을 그었다. 노 대통령이 작정하고 '양극화 내각'을 새로 꾸린다면 정책 코드가 맞는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정문수 경제보좌관이나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김병준 정책실장도 상시 후보 그룹에 포함된다. 또 다른 핵심 참모는 "강봉균 의원,윤증현 금감위원장 등 한 부총리 기용 때 경합자들도 후임 후보자에 들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들은 아니다"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