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회사 정관을 바꿔 초다수의결제와 황금낙하산제를 새로 도입하거나 기존에 도입한 집중투표제를 폐지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도의 법적 유효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정부 차원의 명확한 법적 뒷받침 및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주총시즌을 맞아 정관 변경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장치를 도입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두산인프라코어 기아자동차 미래산업 삼환기업 등 20여곳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주로 시가총액이 적고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위협에 쉽게 노출됐던 코스닥기업들이 이러한 방어장치를 도입한 데 비해 올해는 중견 및 대기업 사례가 크게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미래산업 한미반도체 스타코넷은 올 정기주총 안건의 하나로 이사 선출 때 특정인에게 투표권을 몰아줄 수 있도록 한 집중투표제를 배제토록 하는 정관 개정안을 상정키로 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또 태창기업과 서울식품공업 등은 회사 임원이 M&A 세력에 의해 강제로 퇴직하는 경우 퇴직금 외에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의 위로금을 지급토록 하는 황금낙하산제를 도입키로 했다. 적대적 M&A를 어렵게 하기 위한 조치다. 정관 변경이나 이사 해임 등 적대적 M&A 관련 안건에 대한 주총 의결정족수를 대폭 늘리는 초다수의결제를 도입하려는 회사도 줄을 잇고 있다. 미래산업의 경우 일반적인 주총 의결정족수는 출석주주의 과반수 및 발행 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지만,적대적 M&A를 위한 안건에 대해서는 출석주주의 100분의 90 이상 및 발행 주식총수의 3분의 2 이상으로 정족수를 높이기로 했다. 서울식품공업 삼환기업 한국공항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M&A 관련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정족수를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아자동차는 이사 임기 만료일을 분산시키는 시차임기제를 올 주총에서 도입,경영의 영속성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적대적 M&A 위협을 줄이기 위해 도입되는 초다수의결제 등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소수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무법인 지성의 강성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임원 선임의 경우 상법상 보통결의 사안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의결정족수를 특별결의 수준으로 높인 정관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태 M&A포럼 대표도 "조속히 상법 증권거래법 등 관련 법률을 정비해 제도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