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급여도 체불 ‥ 올해도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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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말 예산부족으로 7만2900여개 병·의원 등에 지불해야 할 기초생활급여자 진료비 4200억원을 두 달간 체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06년 예산이 집행되자 지난 1월 서둘러 밀린 의료급여를 갚았으나 올해도 예산부족으로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근본적 대책 마련을 통해 변칙적 재정운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와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기초생활급여 수급자들이 병·의원 등에서 쓴 진료비(의료급여)를 요양기관들의 청구를 받아 사후 정산해주고 있는데,지난해엔 예산 부족으로 10월과 11월 두 달치 청구대금을 체불했다.
당초 의료급여 예산으로 2조8200억원(지방비 포함)을 책정해 놨으나 의료급여 보장범위가 희귀·난치병 질환자로 확대되고 차상위 계층의 11세 이하 아동까지 의료급여 대상에 새로 포함되면서 병·의원 등에서 청구한 의료급여 대금은 3조2400억원에 달했던 것. 7만2900여개에 이르는 각급 요양기관들이 4200억원의 의료급여를 두 달이나 못 받았던 것이다.
복지부는 예산 부족으로 인한 체불 가능성을 미리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요양기관들에 고지했으나 요양기관들의 항의가 워낙 거세 연말엔 업무차질을 빚을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립의료원의 경우 4개월간의 의료급여가 밀리면서 물품대금으로 줘야 할 돈을 인건비(연월차 수당)로 전용하는 등 적잖은 경영난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는 올해 편성된 예산으로 지난 1월20일께 체불됐던 청구대금을 한꺼번에 정산해 줬다.
문제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올해도 똑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올해 의료급여 예산은 지난해보다 무려 20.5% 늘어난 3조4000억원가량.그러나 이 중 지난해 예산 부족분(4200억원)을 메우기 위해 편성된 예산은 117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특별한 추가 지출 사유가 발생했을 때 다시 짜는 예산안) 편성 때 의료급여 부족분을 잘못 예상했기 때문이다.
전염병 등 특별한 의료급여 급증 사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3030억원은 모자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올해는 의료급여 대상자가 차상위계층의 18세 이하로 확대됐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정부 예산보다 최소 10%는 더 비용이 늘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월부족분 3030억원에다 추가로 들게 될 10%(2800억원 정도)까지 합하면 5830억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체불 사태가 없도록 올해부터는 건강보험공단이 필요자금을 차입해 의료급여를 지급하면 정부가 사후 정산해 주는 방식도 도입 가능한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급여 예산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급여 지출을 줄이고 요양기관들의 부당 청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최근 3년간 세수예측 오류로 2003년엔 한국은행 차입금을 갚기 위해 특별회계에서 1조원을 전용하는가 하면,2004년엔 세수부족분 4조2000억원을 메우기 위해 한국전력 주식을 싼값에 급매물로 매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세입이 당초 예상보다 모자라자 사상 처음으로 세입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국채 3조8000억원어치 발행)을 짜는 등 '유례없는' 변칙적인 재정운용을 계속해왔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