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파급효과 수천억 … '흥행 방정식'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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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가 세운 흥행 신기록은 단순히 최다 관객 수를 경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영화계에 새바람을 몰고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투입했고 스타를 내세우지 않았는 데도 높은 수익을 거둠으로써 한국 영화 제작 방향을 기존의 블록버스터에서 '특징이 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또 비주류 장르로 분류되던 사극이 확고한 흥행장르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한국 영화 소재의 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적 파급효과
'왕의 남자'가 기록한 총 매출액(관객 1200만명 기준)은 약 720억원. 극장측 몫을 제외한 배급사측(투자사와 제작사 포함)이 거둔 수익은 360억원이다. 여기서 총 제작비 60억원을 뺀 흥행 수익은 300억원이고 40억원(추정액) 규모의 DVD 등 부가판권,방송료,수출액 등을 합치면 총 수익은 340억원으로 늘어난다.
사회 경제적 파급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크다. 매출액이 영화 제작에 재투자될 경우 생산유발액은 1350억원 이상일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한다.
이는 중형승용차 쏘나타를 2951대 생산한 것과 맞먹는 효과다. 이 정도 규모의 산업생산이 이뤄지면 일자리는 연간 총 1800여개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이보다 훨씬 크게 보고 있다. 고 연구원은 "'왕의 남자'가 촬영된 부안지역의 관광산업 등에 끼치는 부가가치는 대단히 높을 것이다. 또 해외 수출을 통해 국가 브랜드가 높아지는 것을 포함하면 '왕의 남자'의 경제 파급 효과는 수천억원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계에 미친 영향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는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하고 인위적 마케팅을 통해 관객을 동원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비해 '왕의 남자'는 관객들이 입소문을 통해 자발적이고,능동적으로 흥행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 작품은 기존의 배급 관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반 대작들처럼 400~500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된 것이 아니라 불과 250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해 관객의 요구로 개봉관 수를 399개까지 늘려갔기 때문이다.
스타캐스팅이 절대적 흥행요소라는 통념도 뒤집었다. '왕의 남자'에 톱스타들이 출연했다면 스타를 부각시키는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의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무엇보다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온 한국 영화 제작 풍토에 '다이어트' 바람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