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출판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분야가 바로 경제경영서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경제경영서들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대부분 추상적이고 딱딱해 끝까지 독파하는 경우가 드물거나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과 카피에 비해 내용은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재미와 내용을 모두 갖춘 독특한 경영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바로 도서출판 지형에서 펴낸 'BJ의 사무실 일기-하룻밤에 마스터하는 기업과 경영 이야기'(베르트랑 주브노 지음,김도형 옮김)다.


현재 프랑스의 남성의류 1위 업체인 셀리오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머리글을 통해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직장인들을 위한 안내서를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경영 관련서적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것.그래서 '섹시'코드를 추가하고 남의 삶을 훔쳐보는 일기가 훨씬 재밌는 독서가 되리라는 생각으로 3년 가까이 프랑스의 대기업들에서 실제 경험한 것들을 꼼꼼히 기록해 나간 점이 먼저 다른 경영서와 구별된다.


일종의 기업과 경영의 주요 이론들을 흥미로운 연애담과 곁들여 일기형식으로 서술함으로써 '경영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대하면서 제목이 주는 애매모호함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지만 일단 주인공 BJ의 좌충우돌 연애행각과 신입사원 시절을 거쳐 몸값을 계속 불리며 직장인으로서 승승장구해가는 스토리 속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 보면 어느새 기업과 경영에 관한 주요 이론들에 친숙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지난해말 크게 인기를 끌었던 국내영화 '작업의 정석'이 연상된다.


물론 재미만 추구한 것은 아니다.


모든 기업이 고심하는 목표인 '성장과 수익성'에 관한 부분을 잠깐 들여다보자.'성장과 수익성'이란 말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무엇일까? 직장 새내기인 주인공 BJ는 처음에는 '성장'이라고 답한다.


그러다 질문한 상사의 비웃는 듯한 태도에 얼른 '수익성'이라고 고쳐 말한다.


그러자 상사는 더욱 큰 소리로 웃는다.


답은 성장도 수익성도 아닌 바로 '과'인 것이다.


이렇듯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은 소설처럼 읽히는 일상의 과학으로서 종전에 저명한 경영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경영의 총론과 각론들을 각 장마다 충실히 소개해 이 한 권으로 기업과 경영에 관한 큰 흐름을 꿰뚫을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인 내용으로는 기업의 목표라든지 가치제안 개념,경쟁우위 구축,시장진입장벽 개념,가치사슬 개념,경영유형,사업계획서 작성,업무시간 관리 등을 들 수 있다.


주요 이론 정립에 필요한 사항은 물론 실무에 꼭 필요한 부분까지도 망라돼 있어 취업을 준비중인 사람이거나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직장인은 물론,경영의 전체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하는 중견 직장인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375쪽,1만2000원.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