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장비 제조업체들이 대만에 대한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만 시장에서 일본 경쟁업체들이 원화가치 상승을 틈타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이 같은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 에스티아이 등 대부분의 LCD장비 제조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실적이 당초 목표치에 비해 30∼40% 이상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2월 2005년 매출액 목표치를 전년보다 34% 늘어난 2237억원으로 설정했으나 실제 결과는 목표치보다 41% 적은 1312억원에 그쳤다. 에스티아이도 당초 목표치(850억원)를 크게 밑도는 55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 밖에도 디엠에스 케이씨텍 탑엔지니어링 에이디피엔지니어링 등도 매출 또는 순이익에서 목표에 미달하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처럼 LCD장비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이유는 대만 등 해외 LCD패널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예상과 달리 크게 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동안 AUO CMO 등 대만의 선발 LCD패널 업체들과 함께 설비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려온 칭화픽처서(CPT)와 한스타 등 후발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에 비해 30% 이상 줄여 나가기로 했다. 일본 LCD장비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수주 경쟁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대만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일본 제품에 비해 3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장악하고 있었으나 최근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일본 기업들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지난 2년간 24%가량 떨어지자 거래처를 일본으로 바꾸려는 대만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며 "일본 업체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적자를 감수하며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어 판세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설 계획이던 국내 LCD패널 업계가 뜸을 들이고 있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초 LG필립스LCD 등 국내 패널 업체들이 올초 8세대 라인의 투자를 확정하고 그에 맞는 차세대 LCD장비를 대량 구매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안 내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이 분야에서 매출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하이닉스와 해외 업체 등을 대상으로 원자층 증착장치(ALD) 등 다른 반도체장비 판매에 주력해야 할 판국"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주성엔지니어링은 2008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하향 조정키로 하고 향후 분기별 수주 현황을 지켜본 뒤 중장기 경영계획을 재조정해 다시 발표할 계획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