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4거리에서 6호선 논현역쪽으로 빠지는 강남대로변. 이 곳 '강남역 상권'은 테헤란로에서 교보타워빌딩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빌딩과 인근 아파트 단지 덕분에 상주인구가 많은 데다 서울은 물론 수원 용인 등 수도권 남부지역에서 몰려드는 젊은이들로 사시사철 붐빈다. 주말에도 고객이 몰려 유명 패밀리레스토랑 등이 전국 최고 매출을 올린다. 가히 '전국 최고 복합상권'이라 할 만하다.


강남지하철역 6,7번 출구 대로변에는 지오다노,후아유,폴햄 등 20대를 겨냥한 중저가 의류 브랜드들이 대세를 이룬다. 지난 3일 오후 2시. 수원의 모 대학에 다닌다는 이향미씨(24)는 "친구를 기다리다가 요즘 유행하는 화이트 블라우스를 2만원대에 샀다"며 "지나다니면서 한 벌 사기 부담 없는 브랜드가 많다"고 전했다.


몇 천원이면 최신 비즈목걸이를 살 수 있는 '액세서라이즈', 2만9000원에 몇 십가지의 넥타이나 남성용 셔츠를 고를 수 있는 STCO 등도 '부담없는 가격,다양한 구색'이라는 이곳 패션가 특징을 보여준다.



오후 5시께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등 대로변의 카페마다 자리가 없다.


뚜레주르 교보타워점 이경숙 대표는 "오후 5시가 되면 인근 힙합클럽에 놀러가려는 여성들이 한꺼번에 몰린다"며 "아침에는 빵과 우유를 찾는 직장여성들의 발길이 잦다"고 설명했다.


저녁 8시 교보타워 이면 식당가. 주변 빌딩의 직장인들이 식사를 해결하는 곳이라 대부분이 삼겹살집과 보쌈,갈비,순대,해물탕 등 한식메뉴들이다.


4년 전 6억원을 투자해 감자탕 가게를 열었다는 김병우 사장(50)은 "한달에 800만원 이상 꾸준히 벌고 있으며 그 비결은 싸고 푸짐한 메뉴 제공"이라고 말했다.


저녁 손님 객단가(고객 1인당 소비액)는 7000~1만원 선으로 "주머니가 얇은 대학생과 실속파 직장인이 대부분인 강남역 상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경쟁력"이라는 것. 고급일식집이 잘 들어오지 않는 이유다.


교보타워 주변 외식상권의 경우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새벽손님이 급격히 줄어 야간장사는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 하지만 낮에는 교보타워 상주인구 5000여명이 버팀목이 되기 때문에 불황을 타지 않는다고 한다.


일요일에는 인근 '사랑의 교회' 교인 3만5000여명이 공백을 메워줘 1년 내내 기본고객층은 유지된다. 감자탕집은 덕분에 한달 매출이 평균 6000만원으로,월세 800만원을 포함해 각종 비용을 빼고도 900만원 정도의 순익을 낸다고.


원할머니보쌈 본사 나병인 부장은 "점포가 50평 정도 된다면 강남역 상권에서 하루 200만원 이상은 나온다"며 "객단가는 압구정 등 고급상권에 비해 30% 정도 낮지만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오래된 영등포 상권과 비교해 볼 경우 평당 매출이 30% 정도 높다"고 말했다.


밤 10시,강남대로변 금강제화 이면에는 홍대 스타일의 신세대 클럽들의 간판이 화려하다. 5년 전까지만 해도 30대 손님이 주류를 이뤘으나 나이트클럽들이 사라지면서 20대를 노린 '할렘''nb' 등 홍대스타일의 힙합 클럽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지금은 강남역까지 밀집해있다. 청담동에 있는 것 같은 고급 바는 눈에 띄지 않는다.


밤 12시가 가까워오면서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파'와 귀가를 포기한 '학생파'로 인파가 갈린다. 삐끼들이 거리를 장악하는 것도 이 무렵이다.


강창동·김유미·이호기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