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다소 나아졌는데도 올들어 개인파산 신청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변호사협회와 대법원은 파산 신청에 드는 비용 낮추기에 나서고 있어 서민들은 부담을 한결 덜게 됐다. 2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 1월 중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228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890건보다 157%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전국 법원에 3만8773건의 개인파산 신청이 접수됐다. 2004년의 1만2317건보다 215% 폭증한 수치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사회적 약자 보호 차원에서 3월1일부터 45만원(송달료 공고료 제외) 정도의 비용으로 파산 신청 관련 모든 절차를 처리해 주기로 했다. 현행 변호사 선임료가 150만원 안팎인 만큼 비용이 3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서울지변은 이를 위해 300명 규모의 '개인파산 지원 변호사단'을 구성,필요한 준비를 끝낸 상태다. 이에 앞서 대법원에서는 지난 1월2일부터 '소송구조 지정변호사 제도'를 시행,70세 이상 노인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등에게 아예 공짜로 파산업무를 대행해주고 있다. 이 같은 수임료 '바겐세일'에는 매월 파산 취급 건수가 수백건이 넘는 로펌들도 동참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울은 이달 1일부터 서울지변 수준으로 인하된 수임료를 받고 있다. 한울의 김응우 변호사는 "지난 1월 우리 회사가 처리한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 같은 박리다매 전략을 취할 수 없는 단독 개업 변호사나 법무사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파산 전문인 김관기 변호사의 경우 지난 1월 50건 정도의 파산 업무를 취급했지만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된 원인은 변호사나 법무사의 도움 없이 혼자 파산을 신청하는 '나홀로 신청'의 급증 현상 때문이다. 투모로 그룹의 서선진 법무사는 "네이버나 다음 등 인터넷 포털의 관련 카페에 들어가 보면 웬만한 정보는 다 들어 있다"며 "법원 파산과에도 법률사무소 직원이나 법무사 대신 일반인으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