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7일자) 양극화 문제 정치적 이용은 안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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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접근해야 할 양극화 문제가 결국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
청와대는 양극화 문제를 시리즈로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시각과 해법에 대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득·교육 등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며 5대 양극화 해소 대책본부를 발족시켜 양극화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양극화 해소 대책본부가 출범(出帆)한 지난 24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의원총회에서 실업계 고교를 들먹이며 "못사는 집 아이,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과 부모들의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실업계 고교가 당면한 문제점이 심각하다면 그 대책을 제시하면 될 일인데 굳이 잘사는 집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와 대비시킨 것은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렇게 가다간 양극화 문제 해결은커녕 우리 사회 곳곳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마는 그런 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중견학자들을 중심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방안을 연구하는 국가경쟁력플랫폼이 최근 주최한 '한국경제 양극화, 무엇인 문제인가'란 토론회에서 양극화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돼선 안된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실 양극화라는 표현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물론 소득불균형이 심각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니계수로만 따지면 소득분배 구조가 그렇게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자산소득 격차, 외환위기 이후 악화된 실업문제 등을 감안하면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격차 그 자체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부각(浮刻)시키는데 있다.
중산층이 줄어들면서 이들이 신빈곤층화되고 있다면 무엇보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다.
그리고 빈곤층을 위한 대책도 이들이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려면 일자리 창출, 인적자본 투자 등 시장친화적일 필요가 있다.
빈부 격차에 대한 사회적 반감(反感)을 이용해 이른바 가진자들에 대한 증세 등을 외치고 나서면 정치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되레 어려운 사람들만 더욱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
양극화 대책에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그런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