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현대차 열풍'입니다.


지난 1년간 가격을 1000달러나 올렸는 데도 차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에요."(현대차 두바이 현지딜러인 주마 알 마지드의 자얀 상품 매니저)


지난 15일 두바이 시내에 자리잡은 현대자동차 데이라 전시장.한낮의 무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오후 5시임에도 300평 규모의 전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켠에선 멋들어진 양복을 빼 입은 고객이 아제라(신형 그랜저)를 계약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14만디람(약 3600만원)짜리 닛산 무라노와 9만디람(약 2400만원) 수준의 아제라를 놓고 고민했다는 이 고객은 "하루 동안 시승해보자 답이 나왔다"고 말했다.


1999년부터 이곳에서 현대차를 팔아 온 아메드 알 바르거티씨는 "처음 합류했을 때만 해도 한달 대리점 판매실적이 150대면 파티를 열었지만 이제 자축하려면 월 1000대는 팔아야 한다"며 "그동안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는 200%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중동과 아프리카의 '오일 달러'를 쓸어담고 있다.


치열한 경쟁 탓에 가격 낮추기에 나선 경쟁업체와 달리 판매단가를 높이는 데도 판매량이 급격히 늘고 있어서다.


현대차의 지난해 이 지역 판매대수는 21만대.2004년(13만대)에 비해 무려 62%나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8.3%에서 11.8%로 뛰었다.


같은 기간 3~4차례 가격 인상을 통해 평균 판매단가는 대당 1만달러 수준까지 올라섰다.


올해 목표는 25만3000대.아·중동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유럽 등 타지역 수출 물량을 빼내야 하는 탓에 성장률을 낮춰잡은 것이다.


현대차는 대신 올해 '제값 받기'와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 갖추기'에 힘쓰기로 했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아·중동 지역을 휩쓰는 이유는 뭘까.


주마 알 마지드의 상품 매니저인 자얀씨는 그 이유로 △쏘나타 아제라 등 신차가 기존 모델에 비해 훨씬 좋아진 데다 △경쟁차종에 비해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있으며 △해외 유수 언론과 평가기관의 호평을 통해 현대차의 브랜드 파워가 급격히 높아진 점을 들었다.


자얀씨는 "한때 '저급한 싸구려 차'였던 현대차는 이제 도요타 닛산과 어깨를 겨룰만한 위치로 올라섰다"며 "이 상태라면 현재 9% 수준인 현대차의 두바이 점유율이 2010년에는 20~25%까지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대차의 파죽지세에 아·중동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지존' 도요타마저 본격적인 경계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이집트의 도요타 딜러들이 최근 현대차로 말을 갈아타는 일이 벌어진 터였다.


김종은 현대차 아·중동지역본부장(상무)은 "아·중동 전역에서 도요타가 현대차를 견제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며 "지난달에는 도요타가 500대 규모의 두바이 공항택시 입찰에서 쏘나타를 누르기 위해 중형차 캠리 가격을 15%나 낮추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에 위협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GM 닛산 등 경쟁업체들이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아·중동 시장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지리자동차 등 중국업체들이 저가를 앞세워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마저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김 상무는 "오는 2010년 연간 214만대 규모로 성장할 아·중동 지역은 성장성 면에서 유럽이나 미국을 능가하는 엄청난 잠재시장"이라며 "일본 업체를 따라잡고 중국 업체의 도전을 막아내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변신을 가속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