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 사상 첫 지폐 리콜‥위조방지장치 대규모 결함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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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폐공사가 22일 한국은행에 보관돼 있는 새 5000원권 1681만7000장에 대해 리콜을 실시키로 한 것은 50년이 넘는 국내 지폐 제조사(史)에서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폐 제조를 책임지는 조폐공사는 물론 새 5000원권 발행 당시 박승 총재까지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해 "이제 우리도 국력에 걸맞은 최첨단 은행권을 갖게 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한은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게다가 용지 및 은행권은 물론 화폐 제조기술 수출국으로서 이미지가 실추될 것으로 우려된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
홀로그램이 없는 새 5000원권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될 수 있었던 것은 조폐공사의 지폐검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폐공사는 새 지폐를 찍어낼 때 지폐 45장이 인쇄된 전지 단위로 1차 기계검사를 실시한다.
이후 조폐공사 직원들이 육안으로 2차 검사를 실시한다.
이번에 시중에 유통된 불량 5000원권은 1차 기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들이다.
조폐공사는 그러나 2차 육안검사를 실시한 결과 아무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이 지폐를 한은에 납품했고,한은은 이를 시중은행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공급했다는 것이다.
김두경 한은 발권국장은 "지폐 검사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대로 했지만 육안검사를 실시하는 직원들이 새 5000원권에 익숙지 않아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한은으로서는 샘플 검사만 하기 때문에 불량 은행권을 공급할 때 일일이 확인할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은이 발권당국이자 최종적으로 시중에 지폐를 공급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과 함께 국가 경제에서 화폐가 갖는 의미를 감안하면 책임을 회피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조폐공사와 한은은 특히 홀로그램이 없는 새 5000원권이 시중에서 최초로 발견됐을 때만 해도 "화폐 소유자가 고의로 홀로그램을 제거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결함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무책임하게 대응했다.
이후 한장이 더 발견된 것으로 확인되자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섬으로써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국 조치와 향후 대책
조폐공사는 리콜이 회수 물량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검사를 통해 문제가 없을 경우 한은에 다시 갖다주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이른바 '에러 지폐'가 종종 나오지만 국내에서 유독 민감하게 반응해 재검사한다는 차원에서 리콜을 실시키로 한 것"이라며 "재검사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폐공사는 이날 리콜을 계기로 검사작업을 전면적으로 개선해 화폐 생산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량 5000원권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 5000원권은 가로 9열,세로 5열 등으로 구성된 45장의 전지를 잘라 시중에 공급되는데 지금까지 2장이 발견됐다는 것은 세로열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3장이 더 발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지 전체에 문제가 있거나 다른 전지에도 불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불량지폐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