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부두 개발은 계속되는 데도 왜 물량은 늘어나지 않는가. 오히려 신항 3선석을 개장한 지 한 달이 넘었는 데도 기존의 부산 북항 컨테이너 처리 물량마저 3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국화물이 예상대로 크게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부산항을 국내 물량을 소화해내는 부두가 아니라 중국 물량을 주로 취급하기 위한 동북아 허브항으로 개발을 서둘러왔다. 중국항은 수심이 얕아 미국이나 유럽에서 중국으로 가는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입항하지 못하고 부산항에서 화물을 내려 작은 배로 옮겨 실은 뒤 중국으로 컨테이너를 가져갈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중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바다 밑을 파내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통행할 수 있도록 부두를 만들어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상하이항 등으로 직기항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의 원자재를 빨아들이고 있는 중국의 수출입 물동량 수송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했던 부산항의 화물은 예상대로 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신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신항을 개장했는 데도 새 화물 창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규 선사를 유치해야 하는데 새 선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선사들이 북항 운영업자들과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신항으로 이전하기도 쉽지 않다. 이전하더라도 신규 물량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북항 물량을 신항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해 부산항의 전체 물량은 늘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양수산부가 2011년까지 신항에 30선석의 컨테이너 항만 개발을 추진,항만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항 손님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치밀한 화물확보 전략은 마련하지 못한 채 부두개발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기존 부산 북항의 선석 한 개의 연간 취급량(5만t급)을 30만개로 잡아 신항의 개발계획을 수립했으나 2∼3년 전부터 40만개 정도를 취급하고 있다. 첨단장비와 장비기사들의 노하우가 쌓여 생산성이 향상된 점을 감안하지 못한 채 개발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광양항 등 다른 컨테이너항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