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혁신 강국으로 가자!] (1) 협업으로 살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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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149-3 1000평 부지에 자리잡은 사출금형 생산 협업단지.9개 영세 금형업체들이 수평적·유기적으로 협업해 전기·전자제품의 플라스틱 부품 제작용 금형(거푸집)을 만들어 내느라 눈코 뜰 새 없다.
2004년 2월 '몰드존(MOLD ZONE)'이란 브랜드명으로 설립된 이곳이 중소 제조업 혁신의 1번지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위기에 놓인 멸치들이 뭉치자 상어가 된 셈이지요.
고정 관념을 깨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했을 뿐입니다.
협업에서 생존 해법을 찾은 것이지요."(이창호 몰드존 대표)
몰드존의 눈부신 성과가 그 증거다.
몰드존을 구성하기 전인 2003년 9개 영세 업체들의 매출은 모두 합해야 총 47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120억원으로 155%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상이익은 3억원에서 8억원으로 166% 불어났다.
2억원이던 수출규모는 4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몰드존의 올해 매출과 경상이익 목표는 각각 250억원과 10억원.
대형 금형업체로부터 수주를 받아 겨우 연명하던 말단 하청업체(영세 용역 및 임가공 업체)들이 하나로 뭉쳐 단기간에 대형 업체와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키운 것.주목되는 것은 국내 금형산업이 맞닥뜨린 위기 상황과 한계를 넘어 몰드존이 탄생했다는 점.
국내 대형 금형업체의 경우 영업 설계 가공 조립 보수부서를 거느리고 있으나 일감의 최대 80%를 영세 업체에 외주를 주고 있다.
대형 금형업체라고 해 봐야 연간 매출액이 300억원대 정도다.
국내 업체들의 금형 생산단가가 100원이라면 중국은 50∼85원.직원 서너명을 두고 있는 영세 금형업체들의 사정은 오죽할까.
단품 위주의 수주에다 수주 부침마저 심해 품질은 불안정하다.
디엔씨존이라는 금형 설계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이창호 몰드존 대표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그가 2003년 설계,소재 가공,조립 등 금형 생산의 각 공정별로 전문화된 영세 금형업체들을 한 곳에 모으자는 획기적인 발상을 하게 된 배경이다.
그 결과 몰드존에서는 현재 디엔씨존(25명),JS-TECH(10명),태주정밀(6명),성환테크(3명),진영정밀조각(3명),인정와이어(5명),명화테크(3명),로얄정밀(7명),에이스정밀(6명) 등 9개 업체가 협업하고 있다.
디엔씨존은 협업단지의 부지를 임대하고 전기 및 용수 등의 공용 설비에 투자했다.
금형 설계와 영업,공정 및 품질 관리를 맡아 몰드존의 주도 업체로서 역할하고 있다.
전기료 등 부대비용은 각 업체가 분담하고 있으며 발생하는 이익은 공정별 원가를 정확히 따져 해당 업체에 배분한다.
설비를 공용화한 것만으로 원가가 5% 절감됐다.
단순히 설비와 인력을 모은 것에 그치지 않았다.
작업 공정별 전문화,분업화,협업화와 통합 관리를 위해 인터넷 웹 기반의 협업 허브 시스템을 마련했다.
허브 시스템은 IT(정보기술) 업체인 ㈜비투젠과 손잡고 구축했다.
금형 설계,공정별 협업관리,프로젝트별 이력관리 기능 등을 디지털화하고 체계화했다.
협업허브 시스템은 이질적인 9개 업체가 공정,부품의 표준화를 달성하고 완벽한 품질관리를 확보토록 했다.
제품 납기는 90일에서 60일로 단축됐다.
부가가치가 높은 턴키형(프로젝트형) 완제품용 금형도 척척 수주할 수 있도록 했다.
금형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고급 엔지니어들이 포진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나섰다.
허브시스템 구축비용은 정부가 지원했다.
주먹구구식에서 탈피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자 대기업들은 몰드존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몰드존의 고객 리스트에는 삼성전자,일본 도시바 등이 올라 있다.
몰드존에서 금형 조립공정을 맡고 있는 에이스정밀의 이시엽 사장은 "협업에 참여하기 전에는 뼈 빠지게 일해야 1억원에도 채 미치지 못했던 매출액이 지난해는 3억원에 달했다"는 것.
시흥=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