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멋쟁이는 속옷부터 다르다는 어느 내의업체의 광고 카피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지요." 모토로라에 납품하는 '레이저폰(RAZR)'용 키패드 한 품목만으로 지난해 7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영테크놀로지의 서태식 사장(43). 그는 자신을 '휴대폰의 속옷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며 키패드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광고 카피를 듣는 순간 기존 휴대폰은 외장에 비해 내장이 너무 촌스럽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는 것. 서 사장은 국내외 휴대폰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레이저폰'의 키패드를 직접 디자인한 주인공이다. 그동안의 키패드는 실리콘이나 플라스틱 등의 재질로 만들어진 번호판을 일일이 부착하는 방식이었지만 서 사장이 디자인한 제품은 얇은 금속판에 번호와 문자를 새긴 '일체형 금속 키패드'다. 이 금속 키패드는 '스타택'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한 채 휴대폰 시장에서 하향길을 걷던 모토로라에 반전의 기회를 가져다줬다. 광택이 나는 키패드의 표면은 기존 휴대폰의 내장과 차별화한 시각 효과를 냈고 특히 0.6mm의 두께는 초슬림 휴대폰을 추구하던 모토로라의 차세대폰 컨셉트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서 사장이 금속 키패드 개발에 눈을 돌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영남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부터 10여년간 삼성시계에서 시계 디자이너로 일하며 각종 금속소재 가공 기술을 체득했다. 외환위기 때 삼성시계를 나온 서 사장은 2002년 지금의 회사를 차렸고 시계 공정에 사용되는 스핀 가공법을 적용,두께가 얇으면서도 견고하고 광택이 나는 키패드를 개발해냈다. 서 사장은 "제품 디자인을 완성한 후 6개월여 동안 국내외 휴대폰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접촉한 결과 2003년 말께 모토로라의 레이저폰용 키패드에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레이저폰이 빅히트하면서 삼영테크놀로지의 매출액은 2004년 134억원,작년에는 5배가 넘는 7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삼영테크놀로지는 작년 11월에는 금속처럼 보이는 플라스틱 키패드를 개발,모토로라의 후속 제품인 '슬리버(SLVR)'에 적용했다. 경남 마산과 경기 시화에 공장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요즘 이 두 가지 제품만으로 월 평균 400만개 이상의 키패드를 생산 중이다. 지금도 신제품 디자인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서 사장은 "최고경영자(CEO)보다는 디자이너로 남고 싶다"며 새로운 디자인 개발에 의욕을 보였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