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장사 이익이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된 데다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등 주요 제품 가격 하락 여파도 예상보다 컸던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의 이익 감소폭이 컸다.


시총 상위 10대 기업 중 삼성전자 한국전력 KT 하이닉스 등 7개사 영업이익은 모두 20%이상씩 줄어들었다.


시총 상위 100대 기업 중 영업이익이 감소한 곳은 절반 이상인 58개사에 달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출주 타격 컸다


19일 한국경제신문이 유가증권 상장사 중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금융사 제외)을 대상으로 2005년 연간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은 479조7579억원으로 전년보다 4.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2조166억원으로 16.53% 줄어들었다.


주요 상장사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들 기업의 작년 순이익도 38조4807억원으로 10.43% 감소했다.


시총 상위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상장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달한다.


환율 하락 여파로 수출주들의 실적 저조가 두드러졌다.


특히 현대차 기아차 등 자동차업체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80% 정도 급감했다.


반도체와 LCD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등 주요 수출제품 단가가 하락하면서 IT 유화업체들의 이익도 줄줄이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각각 26.18%와 22.53% 줄어든 것을 비롯 LG전자(26.81%),LG필립스LCD(72.70%),삼성SDI(76.36%) 등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LG화학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주도 영업이익이 10% 안팎 줄었다.


반면 내수주는 소비경기 회복세를 반영,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아졌다.


시총 상위 100대 기업 중 영업이익이 증가한 기업(42개사)의 3분의 2 이상이 내수 관련업체였다.


신세계 현대백화점 LG생활건강 등 내수 대표주들은 영업이익이 20∼30%씩 늘었다.


건설주들의 실적도 대폭 호전됐다.


◆1분기 실적 전망도 먹구름


김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당초 올해 기업 이익이 7∼8% 정도 늘 것으로 예상했으나 환율 악재로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환율 급락이 실적에 반영되는 1~2분기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 실적 전망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세종증권의 경우 올 상장사 영업이익 추정치를 당초 전망치보다 2.3% 정도 내렸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를 당초보다 4.1% 낮췄다.


임정석 세종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이 50원 하락하면 전체 상장사 경상이익이 4% 정도 줄어든다"며 "기업이익이 3분기까지 감소추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환율의 추가 급락 가능성이 낮고 제품가격도 반등세로 돌아서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철강 화학 조선 등 규모의 경제를 누리는 산업들은 생산량 증가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로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환율하락 영향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