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개장한 이후 한달째 '휴업' 중인 신항에 첫 기항할 배가 북항과 계약 기간이 10개월 이상 남아있는 선사의 배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가 신규 고객을 확보하지도 않은 채 신항을 조기 개장하는 바람에 신항이 선사 확보를 위해 북항보다 항만이용료를 저렴하게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제살깎기식 경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북항의 감만부두를 이용하는 세계 2위의 스위스 선사인 MSC는 오는 25일부터 부산신항만㈜이 운영하는 신항에 매주 컨테이너선 2편을 기항시키기로 했다.


MSC는 또 오는 4월1일부터는 1편을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쿠웨이트 선사인 UASC도 북항의 자성대부두 허치슨터미널에 기항 중인 선박을 신항 쪽으로 돌리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항 터미널 운영업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신항 운영업자가 새로운 화물을 창출한다는 신항의 개발 목적과는 달리 계약기간이 남은 북항 고객 선사들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감만부두 운영사인 대한통운 관계자는 "MSC사와의 계약이 올해 12월까지인 만큼 계약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치슨터미널 관계자도 "해양수산부가 새로운 화물을 유치하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북항 화물을 신항으로 옮기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과 다름없다"며 "UASC와의 계약기간 만료일이 내년 8월인 데도 불구하고 UASC가 계약을 파기하고 기항지를 옮길 경우 손해 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른 북항터미널업자는 "해양수산부가 신항을 중국 상하이항 등과 경쟁하기 위해 1년4개월이나 조기 개장시켰으나 신규물량 유치가 이뤄지지 않자 비난을 피하려고 북항 화물을 신항으로 돌리고 있다"며 "이 경우 세계 5위의 항만인 북항의 시설을 놀릴 수밖에 없어 부산항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신항은 민자부두여서 공용부두인 북항보다 항만이용료가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신항이 북항의 화물을 유치하려면 항만이용료를 깎아주는 방법 밖에 없는 만큼 신항과 북항과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