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에 혁신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 지난 2003년.관세청 직원들은 "세관행정은 이 정도면 선진국 수준"이라며 혁신의 필요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등 국제기구들이 권장하는 통관 소요시간은 4시간.당시 한국은 1시간32분으로 꽤 우수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부처 내 일부 혁신가들을 중심으로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화물이 공항이나 항구에 도착해서 세관통관까지 걸리는 시간은 9.6일이나 걸린다는 것.수입신고에서 화물수리까지를 의미하는 통관시간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중국이 동북아의 물류 중심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 수준으로는 물류 중심 자리를 빼앗긴다는 위기감에서 혁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죠.수출입화물의 처리시간을 단축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습니다."(정재열 관세청 혁신기획관) 무역협회 복합운송협회 항공사 등의 전문가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2개월간 부산항과 인천항 등에 상주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해운회사 항공사 컨테이너전용터미널 등의 현장 전문가들이 그동안 묵혀왔던 아이디어를 여과없이 쏟아냈다. 이렇게 모은 고객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업체별로 자사의 화물처리시간을 조회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주요 공항과 항만에 물류지체신고센터를 설치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했다. 공항과 항만의 적체 요인이 됐던 보세화물 장치기간을 3개월에서 2개월로 줄이고 항공화물 하역완료 시간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였다. 정재열 기획관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지 2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수출입화물 처리시간을 9.6일에서 4.5일로 대폭 줄일 수 있었다"며 "쓸데없는 비용과 시간을 없애거나 줄이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블루오션 전략으로 2조2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