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7] 현대차, 환율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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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환율이 떨어져서 수출 기업들 고민이 많습니다. 그런데 거기다가 더 걱정인 것은 원화는 강세를 보이는 반면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는 약세를 보여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한층 더 위협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이제 자리를 잡아가려고 하는 자동차 업체들의 부담이 큰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얘기나누겠습니다. 박성태 기자입니다.
박 기자, 먼저 최근 원화는 얼마나 떨어졌습니까?
기자-1> 네. 어제는 환율이 많이 올랐는데요. 2월 9일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26.7원에서 970원으로 5.5%가 떨어졌습니다. 특히 최근 석달 사이에 환율 하락폭은 말 그대로 급락인데요. 지난해 11월 1,048원하던 원달러 환율이 970원으로 7.4%가 떨어졌습니다.
환율이 이렇게 떨어졌다는 것은 수출 기업들이 달러로 똑 같은 가격을 해외시장에서 받아도 사실상 원화로 환산할때는 실제 판매가격이 7.4%가 떨어졌다는 얘깁니다.
미국시장에서 팔리는 현대차 쏘나타의 경우 달러로 1만9,395달러를 받는데요. 작년 11월 이 가격을 원화로 환산하면 2,033만원 정도인데요. 지난 9일 달러당 970원의 환율로는 1,881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대차는 똑 같은 차를 똑 같은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서 팔고 있지만 환율이 떨어지면서 쏘나타 한대당 원화로는 마진이 150만원 이상 줄었습니다.
물론 미국 시장의 쏘나타는 지금 일부 3.3 모델을 제외하고는 전량 미국의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들어 공급하기 때문에 환율 위험을 상당부분 피했지만 앨라배마 공장의 이익을 원화로 계산한다면 역시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은 큽니다.
앵커-2> 그렇겠군요. 그런데 엔달러 환율은 오히려 올라가서 일본 수출 기업들은 경쟁력이 높아졌다고요?
기자-2> 그렇습니다. 지난 1년간 원달러 환율이 5.5%가 떨어졌지만 엔달러 환율은 오히려
12.5%가 올랐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지난 석달간도 엔달러 환율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업체랑 경쟁하고 있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더 커졌습니다.
이를 미국 시장에서 쏘나타와 경쟁하고 있는 토요타의 캠리와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요. 토요타 캠리는 미국시장에서 2만375달러에 팔리고 있는데요. 엔달러 환율이 지난 1년간 12.5%가 오르면서 토요타 캠리의 판매 가격은 엔화로는 1년전 212만엔에서 242만엔으로 오히려 30만엔이 올랐습니다. 그만큼 토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이윤이 더 커졌습니다.
지난해 세계 1위인 토요타와 7위인 현대기아차와는 아직 격차가 분명 많지만 환율 변동으로 따라잡으려는 현대차는 큰 부담을 안게 됐고 토요타는 오히려 여유가 생겼습니다.
앵커-3> 말 그대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환율 이중고를 겪게 됐군요. 그런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환율이 올라가면서 미국내에서 자동차 가격을 내리면 현대차의 타격이 클 수도 있는데요?
기자-3> 아직 그럴 염려는 없습니다. 사실 환율로만도 토요타 등 일본 업체들이 큰 돈을 벌게 됐지만 괜시리 가격을 낮췄다가 미국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GM이 더 큰 위기를 맞게 되면 토요타는 미국에서 국민적인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사실상 GM을 제치고 세계 1위를 한 토요타로서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사용할 위험은 작습니다.
앵커-4> 현대차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4> 네. 현대차그룹은 우선 정몽구 회장이 지난 1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원가절감 운동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골프도 꼭 필요한 경우로 줄이고 접대비, 광고 예산도 줄였습니다. 또 현장에서도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내도록 그룹 차원에서 채근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기본적으로는 오히려 환율 하락으로 위기를 맞게 된 지금이 체질 개선을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품질 경쟁력,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담금질 기간으로 삼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업계획상으로는 올해 예상 환율을 달러당 950원으로 책정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환율 하락을 대비한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적인 헷지라며 실제 현지 공장 건설을 통해 원천적으로 환율 위험을 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능력을 높이고 인도공장 증설, 유럽 공장 건설 등을 통해 현지 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국내 생산분이 국내 판매분의 약 3배에 달하는 176만대에 이르러 국내 생산분의 환율 위험도 피해야 하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현재 70%가 넘는 달러화 판매를 60%까지 줄이고 유로 등 다른 통화의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앵커-5> 네. 원화는 가치가 올라가고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는 오히려 떨어져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는데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태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