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인건비 상승,외국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에 이어 노조의 잇단 단체협상 요구에 직면하는 등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중국 노조인 공회(工會)는 공산당 조직이어서 파업이 금지돼 있지만 비제도권 조직 중심으로 파업이 급증,노사분규를 피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늘어나는 단체협약 체결 요구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 현대차 공회의 단체협약 체결 요구는 달라지는 중국의 노동정책을 보여준다.


베이징 현대차 공회는 아직 서면으로 정식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작년 말부터 구두로 요청해 왔다.


주중대사관 이태희 노무관은 "외자유치를 위해 저임금을 용인해 온 중국 정부가 단체협약을 통한 급여 결정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칭다오의 한 기업은 "2~3년 전부터 외자기업을 상대로 공회에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해 왔다"며 "일부 업체들은 수용했지만 한국의 노사관계처럼 될까 우려한 적지 않은 기업들이 이를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회의 파업은 불법이지만 근로자들이 임의로 구성한 비제도권 조직이 파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992년 8만2000건이던 노동쟁의는 2004년엔 26만건으로 급증했다.


칭다오의 한 기업인은 "노사분규를 피해 중국에 왔는데 1970년대 한국처럼 대학생의 위장취업 노동운동이 일어날까 걱정될 만큼 근로자들의 권리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중국 공회가 공산당 하부조직이라는 점을 들어 단체협약 체결 등 공회와 대화채널을 확고히 하는 적극적인 대응이 노사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임금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무리한 파업을 막을 수 있는 견제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신세기의 김덕현 중국법률연구소장은 "한국 기업들도 본사의 노사 및 재무 전문가를 중국에 전진 배치하는 등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임 메리트 사라지고 세무관리도 강화


중국 진출 한국기업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칭다오에서 섬유용품을 생산하는 A사는 지난해 말부터 하루 평균 3시간 하던 잔업을 없앴다.


칭다오시가 잔업수당 산정 기준을 기본급 대신 총액으로 바꾸면서 인건비가 종전보다 30% 이상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A사의 안모 사장은 "바뀐 기준으로 99년부터의 잔업수당까지 소급 지급해 달라고 근로자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1인당 3000위안 주는 것으로 일단락시켰다"며 "하지만 잔업을 못하면 주문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어 늘어나는 인건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칭다오에서는 새 잔업수당 기준을 맞출 경우 제조원가를 맞출 수 없다는 이유로 상당수 한국 봉제 및 액세서리 업체들이 이 규정을 어기고 있어 근로자들로부터 무더기 제소당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잔업수당 기준이 총액으로 바뀌면서 삼성SDI 선전법인의 경우 작년 임금이 30%나 올랐다.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올리는 최저임금도 인건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톈진시의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13.5%는 지난해(11.3%)보다 2.2%포인트 높은 것이다.


저임 메리트가 사라지는 것 외에 외국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도 새로운 부담이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은 올해 처음으로 중점 세무조사 대상에 외자기업을 포함,한국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