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교육부의 무리한 '내신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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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담당자의 85.5%,내신 신뢰도가 높아진다면 입시 반영비율을 높이겠다.'
교육인적자원부가 5일 고교 내신의 대입 반영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자료의 제목이다.
대학들이 내신을 신뢰하지 않고 반영을 적게 하는 이유가 고등학교가 내신을 부풀리기 때문이며 이 문제가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내신 반영률이 올라간다는 걸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이어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크게 줄었다는 내용도 자세히 설명했다.
고1 학생 65.6%,고2 학생 70.3%,고1 학부모 54.9%,고2 학부모 47.6%,교사 80.6%가 성적 부풀리기가 개선됐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줄어든 만큼 대입의 내신 실질 반영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번 교육부 자료의 핵심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왜일까.
대입 현장 관계자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내신 부풀리기가 문제가 되는 대입은 2007학년도 대입뿐이며 내신이 등급화돼 상대평가가 이뤄지는 2008학년도 이후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뒤늦게 내신 부풀리기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신 산출이 공정해진다 하더라도 고교간 학력차이를 거의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는 똑같아 2007학년도 대입 내신 실질 반영률도 예년과 엇비슷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학들이 내신의 결정적인 결함으로 지적하는 '고교간 학력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어떤 답을 내놓고 있을까.
설문에는 고교간 학력 차이를 언급하는 항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내신 부풀리기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얘기다.
하지만 내신제도의 본질적인 부분은 피하고 내신 부풀리기가 줄었다는 점만 강조하는 '반쪽짜리 여론조사'로 대입제도가 곧 바뀔 것처럼 홍보한 교육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오히려 교육부의 무리한 '내신 띄우기'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