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대표적인 구경거리는 사형이었다. 처형장 근처에 장사꾼들이 몰려 시장이 설 정도였다. 17세기의 마녀사냥도 이런 군중심리를 이용한 재판이었다. 당시 마녀를 판별했던 방법 중 하나는 의심되는 여성을 의자에 묶어 강에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여자가 물에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니므로 무죄,수면 위로 떠오르면 유죄로 사형에 처했다. 일단 표적이 되면 마녀든 아니든 간에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신 의학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런 상황을 '이중 구속'이라 부른다. 유능한 세일즈맨이 이 논리를 활용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테크닉을 보자.그는 고객에게 절대 '물건이 마음에 드십니까'라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아니오'로 답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대신 '얼마나 마음에 드십니까'로 만족도를 묻거나 '언제 배달해 드릴까요.월요일? 아니면 수요일?'이라고 양자택일 식으로 질문한다. 가장 중요한 결정,즉 상품의 구입은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정해진 틀 내의 선택권만 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언어의 마술이다.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준비된 쇼맨십'(스티브 코언 지음,하우석 옮김,위즈덤하우스)은 500회 공연의 현직 마술사가 쓴 성공 지침서라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영업이나 프레젠테이션,사내 미팅에서 설득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스킬들로 가득하다. 사람의 심리를 파악해 자기 의도대로 유도하고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해 대비하는 데 효과적이다. '주도권을 잡으려면 남을 기다리게 만들어야 한다. 병원에 갔을 때나 면접을 보러 갔을 때를 떠올려 보라.곧 있을 만남에 대해 불안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 사람은 기다리는 쪽이기 때문이다. 또 주위 배경에 흔들리지 말고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라.침묵의 소리도 활용하라.' 마술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는 아름다운 사기라는 비유가 있다. 무대를 꾸미자.우리들의 관객인 고객을 위해.224쪽,1만1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