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포럼] 서비스업을 키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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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고속철(KTX)을 탔던 좌석승객과 입석승객이 짐칸 사용 문제로 다투다 경찰서까지 갔다고 한다.
싸움의 원인을 제공한 한국철도공사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모르지만,두 사람 모두 고속철에 정이 뚝 떨어졌을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건 좌석제 공간에 입석 승객을 태우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맨 앞좌석에 앉으면 문을 여닫을 때마다 신경쓰이고 TV도 안보이는 등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 똑같은 값을 받으면서 아무 배려도 없는 게 그렇다.
고속철 얘기를 꺼낸 건 근래 우리 사회의 화두로 서비스업 육성이 떠오른 까닭이다.
서비스업은 교통·운수업,음식·숙박업,유통업,금융업,컨설팅업,의료업까지 범위가 넓고,부가가치 및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선진국일수록 서비스업 비중이 크고,우리 역시 1980년 전체 취업자의 37%이던 서비스업 종사자가 2004년엔 64.4%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비중이 이렇게 커지고 중요성 또한 강조되는데도 서비스업이 뭔지조차 모르는 듯한 곳이 수두룩해 보이는 것이다.
서비스업은 기본적으로 제조업과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다.
재화는 눈에 보이지 않고,품질은 수시로 바뀌며,제 때 못팔면 팔 수 없고,다양한 고객의 개별적 요구를 각기 만족시켜야 한다.
때문에 서비스업을 제대로 하자면 고도의 판매전략과 기술을 지녀야 한다.
맥도날드사의 경우 서비스 실행교본만 2000~3000쪽에 이른다고 하거니와 서비스업은 정교한 매뉴얼을 요한다.
그래야 품질을 최대한 같게 유지하고,보다 많은 양을 판매해 경쟁 우위를 갖출 수 있다.
또 복합적인 가격책정 구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서비스 업체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곳에서 선진기법을 배우지도 원칙을 지키지도 않는다.
손님을 우습게 아는 식당부터 일단 팔고 나면 수선 및 배송시간을 어기기 일쑤인 백화점,환자의 입장은 아랑곳 않는 병원까지 서비스업 여부를 의심하게 하는 곳 투성이다.
그래놓곤 음식점 창업의 80%가 실패하고,종합병원 상당수가 문 닫을 지경이고,철도공사는 만성적자에 시달린다고 야단이다.
물론 국내 서비스업이 낙후된 데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
제조업에 비해 불리한 법적 조항도 많고,교육과 의료부문에선 공공성만 강조,투자를 유도하지 못한 대목도 있다.
그러나 보다 실질적인 이유는 서비스업을 숙련된 고급인력에 의한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닌 비정규직 저임노동자에 의존하는 3D 산업으로 보는 인식이다.
서비스업 종사자 대다수가 일은 고되고 비전도 없으니 충성도는 낮고 이직률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수준높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서비스업을 발전시키려면 먼저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투자하고,사람을 키워야 한다.
서비스란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해주는 것이다.
그러자면 선진기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최고경영자가 직접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현장 종사자들의 처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비스업의 결과는 고객만족도에 달렸고 고객만족도는 CEO의 전략과 현장 종사자들의 태도에 달렸다.
서비스업의 기본인 '배려하는 마음'은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터득하지 않는 한 서비스 입국은 헛꿈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