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장 지을 사람들은 애가 타고 투자 목적으로 땅을 사 둔 사람들만 돈을 벌고 있는 셈이에요." 플라스틱 성형업체를 운영하는 L 사장은 경기도 화성에 불고 있는 공장 설립 붐에 대해 이렇게 푸념했다. 그는 "서울 외곽지역에 있던 공장을 지난해 화성으로 옮기면서 급한 김에 이미 공장설립 허가가 나 있던 부지를 인근 토지 시가의 3배나 주고 샀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무리해서라도 화성에 용지를 마련하려는 것은 이 지역이 그만큼 여러 모로 유리한 입지 여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취약한 인프라와 이를 개별 공장들이 자체 해결하는 데 따른 난개발의 문제점도 대두되고 있다. ◆공장들 화성으로 가는 까닭은 기업들이 공장 용지로 화성을 선호하는 데는 △납품처가 가깝다는 점 △고속도로가 인접해 있다는 점 △환경 등의 규제가 덜하다는 점 외에도 몇 가지 요인이 더 있다. 생산직 인력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도 그 중 하나다. 중소기업 D사 사장은 "수도권에 있는 중소기업이 지방으로 옮긴다고 하면 따라오려는 직원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때문에 화성은 반월 시화 남동공단 등에서 사업하다 공장을 증축하려는 기업들에 입지 1순위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화성 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개발가능 용지가 많다는 점도 공장 입지로 각광받는 요인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시 지역 거의 대부분이 야트막한 구릉지나 평지여서 개발 관련 인·허가가 전국 최대일 정도로 개발 압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취약한 기반시설 화성에 자리 잡은 공장 대부분은 공장 진입로와 용수 문제를 자체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입주한 기업들이 대부분 영세 업체라는 점이다. 종업원 50인 미만 소기업이 90.9%를 차지하고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기업 8.5%,300인 이상 대기업은 0.4%에 불과하다. 이처럼 영세한 기업들이 자기 비용으로 도로를 놓다 보니 아스팔트 포장은 엄두도 못 낸다. 시멘트로 대충 포장한 도로가 더 많고 그나마 미로처럼 무질서하게 얽혀 있다. 공장 주변의 조경마저 방치돼 갈대밭과 진흙밭이 이 곳 저 곳에 산재해 있다. 공장들마다 제각각 지하수를 개발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팔탄면 덕우리에 위치한 PC부품 제조업체 Y사 대표는 대중교통 사정이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발안에서 팔탄으로 오는 버스가 두 시간에 한 대꼴"이라고 말했다. ◆화성시의 고민 이런 문제점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재정 여건상 개별적으로 들어오는 공장에까지 기반 시설을 지원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화성시는 향남 제약단지와 마도·발안 산업단지를 포함한 산업단지 6개소 156만평을 조성 중이다. 2007년 말에는 이곳에 약 600여개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하지만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화성시는 급한 대로 소규모 기업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영세 중소업체가 밀집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진입도로 포장 및 도로 부대시설 정비,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확충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오는 6월께 도시기본계획을 확정해 2011년까지 3개 산업단지 144만평,2021년까지 3개 산업단지 88만평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