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150주기를 즈음해 그의 친필 20여점을 포함한 고서적과 자료 등 2700여점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들 자료는 일제 때 '경성제국대' 교수로서 추사 연구를 개척한 후지즈카 치카시(藤塚隣·1879~1948)가 평생 수집한 것으로 그의 아들인 후지즈카 아키나오(藤塚明直·94)가 경기 과천시에 최근 기증했다.



과천시가 2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한 이들 자료에는 만년에 과천에 정착한 추사가 제자인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에게 보낸 간찰 '우선에게(寄藕船)'를 비롯해 40대 초반인 1827~1828년 두 동생에게 보낸 간찰첩(13통)이 포함돼 있다. 추사가 이상적에게 보낸 간찰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간 편지의 실물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주목되며,간찰첩은 추사체가 확립되기 전 추사 글씨의 일면을 볼 수 있어 예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기증품 중에는 추사와 청나라 학자들 사이에 가교 역할을 했던 이상적과 추사의 동생이며 청대 학계와 교류가 깊었던 김명희,추사가 스승으로 모신 박제가와 유득공 등이 청대 학자들에게서 받은 글과 그림 등 서화류 60~70점도 들어있다. 또 청대의 경학에 관한 주요 자료로 평가되는 '황청경해'(전 680책) 등 고서적 2500여 책은 추사를 비롯한 조선후기 지식인과 청나라 학술·문화계의 교류상을 파악하는 데 소중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이들 기증품은 후지즈카 치카시가 중국 베이징과 서울 인사동 등지에서 구입한 것들로 추사의 대표작 '새한도(歲寒圖)'의 경우도 일본 패망 직전에 소전 손재형(孫在馨)이 후지즈카를 설득해 직접 찾아왔다. 과천시는 기증품에 대해 상세한 고증과 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