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말 삼성물산 주가를 조작, 29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던 영국계 투자회사 헤르메스 자산운용이 한국 검찰로부터 73억원의 벌금형을 부과받았다.

외국계 자산운용이 한국 사법당국으로부터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헤르메스는 "한국 검찰의 기소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정식 재판 청구 가능성을 밝혀 공방은 법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31일 전 헤르메스 펀드매니저인 클레멘츠의 주가 조작 혐의(증권거래법 위반)가 확인돼 클레멘츠를 고용한 헤르메스 펀드를 양벌 규정(법인에 고용된 사람이 법인 업무에 관해 위법 행위를 했을 때 행위자 처벌과는 별도로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것)에 따라 벌금 73억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또 클레멘츠가 현재 이스라엘에 거주하면서 한국으로 오는 것을 거부함에 따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검찰 조사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것으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사를 재개할 수 있는 조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이 같은 조치는 외국계 펀드도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국내 법에 따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뜻으로 현재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론스타에 대한 사법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