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떨어질때마다 외국인 주식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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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하락 추세면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산다.' 최근 외국인의 한국 주식 대량 매수는 주가 급락으로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인 데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 급락하면서 환차익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는 과거 외국인이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보인 데서도 잘 드러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율 떨어지면 주식산다
지난 97년이후 원.달러 환율 움직임과 외국인 매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은 환율 하락기마다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에서 1100원대로 떨어진 지난 99년 10월~2000년 8월과 2003년 5월~2004년 9월 두 차례 모두 외국인은 무려 15조9000억원,28조9000억원어치씩을 순매수했다. 올 들어 환율이 1010원에서 968원으로 단기 급락한 20일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모두 1조4600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으로선 주식매매 차익과 아울러 환율이 급락하면 환차익도 얻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1만원인 A주식을 달러당 1000원에서 10달러에 사 같은 가격에 판다고 가정하더라도 환율이 970원으로 하락하면 매각대금은 달러화 기준 10.31달러로 주당 0.31달러의 환차익을 올릴 수 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3개월여 만에 10% 이상 하락한 2004년 10월 말부터 2005년 1월 말까지 매도우위를 보인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 환율 하락기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올 순매수는 '바겐세일 쇼핑'
최근 들어 환율이 10% 가까이 급락한 사이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둔 환차익(평가차익)은 27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외국인 보유시가 총액이 코스닥시장을 포함,모두 270조원에 달하고 있어 이를 매도해 달러로 바꿔가면서 남기게 되는 단순차익을 가정한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통상 환율 하락기에는 주가도 강세를 보인다"며 "환율 하락 초기에는 주식시장이 기업 수익감소 우려로 약세를 보이지만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 지난 97년 이후 원.달러 환율 움직임과 코스피지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환율이 기조적으로 하락할 때마다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환차익 외에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한 데 따른 외국인의 저가매수도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경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수는 급락에도 펀더멘털(내재가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판단한 '바겐세일 쇼핑'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